[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SK하이닉스가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부결시킨 생산직을 제외하고 기술사무직에 성과급을 우선 지급키로 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9일 기존 계획대로 기본급의 17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기술사무직에 먼저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30일에는 기본급 1000%(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연간 초과이익분배금(PS)을, 2월1일에는 기본급 500%에 해당하는 특별기여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성과급은 경영성과에 따라 경영자가 정하는 것이지 노조와의 협의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 사진/뉴시스
지난 28일 SK하이닉스와 생산직 노조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노동조합의 찬반 투표에서 부결되면서다. 노조는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지난 23일 도출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 합의된 성과급 1700%(초과이익분배금(PS) 기본급의 1000%, 상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 100%, 특별기여금 500%)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영업이익은 52% 올랐지만 성과급은 전년 대비 기본급의 100%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다.
그러자 SK하이닉스는 생산직을 제외한 기술사무직에 기존 확정한 성과급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생산직 노조와의 임단협은 원점으로 돌아가 재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의 성과급을 나눠 지급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직원은 “여태까지는 생산직 노조와 사측의 임단협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기술사무직까지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금액을 지급해왔다”면서 “SK하이닉스에서 직무에 따라 성과급을 차별적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즉시 반발했다. 기술사무직 노조측은 “기술사무직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의도는 임단협 대의원 부결에 대해 기술사무직을 내세워 재협상을 자제시키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역대 최고의 영업실적에도 전년도와 별 차이 없는 경영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생산직이든 기술사무직이든 SK하이닉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든지 느낄 수밖에 없는 불만사항”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회사는 임단협 결과가 부결된 경우가 처음이라 먼저 확정된 직군에 성과급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생산직 노조 측에서 재협상을 요청하면 성실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