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기가 지난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장·산업용 MLCC 등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8조1930억원, 영업이익 1조181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0%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무려 233%나 증가했다. 매출은 2013년(매출 8조2566억원)이후 5년 만에 8조원을 다시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의 효자는 단연 MLCC다. MLCC는 반도체에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초소형 부품이다. 현재 글로벌 MLCC 시장은 삼성전기와 일본의 무라타, 타이요유덴 등 4개사가 90%를 과점한 구조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MLCC 시장의 25%가량을 차지하는 2위 업체다. 삼성전기의 MLCC를 포함한 컴포넌트 솔루션 사업부 지난해 매출은 3조54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 매출(2조3375억원)보다 52%나 늘어난 수치다. 다만 4분기에는 주요 모바일 거래선의 수요 감소로 IT용 MLCC 공급이 축소되면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3%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MLCC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MLCC는 자율주행차, 5G 등 전장·산업 영역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IT 기기 고성능화로 신규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수요처를 전장·산업용으로 다변화하고 고부가 카메라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여 올해에는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산업용 MLCC 수요는 전년 대비 20%, 전장용은 3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T 이외의 MLCC 매출 비중을 전체의 3분의 1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5G 시장 개화도 MLCC 수요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에 5G 신규기능이 추가되면 반도체와 주요 부품 수도 증가해 모바일용 MLCC 탑재도 기존 LTE 대비 2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5G용 안테나모듈은 고도의 패키징 기술 등이 필요해 전 세계 3~4개 업체만 진입이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모듈솔루션 사업 또한 스마트폰 멀티 카메라 채용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기는 “초고화소 카메라 및 멀티 카메라 모듈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고해상도, 광학줌, 3D 센싱 등 당사가 보유한 차별적인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판 솔루션 사업의 경우에는 지난해 주요 거래선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 등 공급이 줄었으나 올해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다변화함으로써 매출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