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이 규제로 인해 반쪽 효과에 머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까다로운 신용공여나 건전성 평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펀드 등 해외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니즈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할 기회를 잃을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은 41곳이다. 제조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현지에서의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법인은 국내의 해외투자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내 사업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해외의 유망한 투자상품을 국내 투자자와 연결하는 데 현지법인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연초 더불어민주당과의 현장간담회에서 "국내에서만 자산을 운용해서는 수익률을 맞출 수 없는 만큼 해외 주요자산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해외진출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지법인은 확대 추세지만, 정작 해외진출에 활발한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가 계열사인 해외 현지법인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는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 종투사는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증권사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상 초대형IB)과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8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지법인은 본사에 비해 현지에서의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져 자기신용만으로는 비즈니스를 확대할 여력이 없다"며 "복잡한 증자보다 본사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기업신용공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해외 비즈니스도 중개 위주에서 매매와 투자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증권사들의)건의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때 적용되는 순자본비율(NCR) 기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본에 비해 투자 규모가 커지면 NCR이 하락하게 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쪽은 외환거래이기 때문에 환헤지가 되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는 NCR 기준 8%가 가중되고, 헤지를 하더라도 거래상대방 위험을 2% 가중한다"며 "해외투자는 달러 등 외화 자산에 분산해서 얻는 리스크 해소 효과도 있는데, 단순한 관점으로 8% 일괄 가중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자산의 지분을 사서 이를 구조화한 상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려고 해도 NCR 비율이 높게 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가져오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들이 생긴다"며 "NCR이 떨어지면, 국내 사업에서 여러가지 제약이 생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해외자산 투자가 활발하다. 왼쪽부터 대신증권이 미국 현지법인 설립후 지분 투자한 뉴욕 ' 400 매디슨 애비뉴', 한국투자증권이 사흘만에 완판한 '밀라노부동산펀드', 미래에셋대우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파리 '마중가타워'. 사진/각사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