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신송희·신항섭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하노이 선언' 무산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이번 회담 결렬이 이번주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단기적 이슈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8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장마감을 앞둔 상황에서 회담 결렬 가능성이 전해지며 주식·원화·채권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벌어졌다. 코스피는 1.7% 밀린 2195.4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2.7%나 하락했다. 원화가치도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124.7원에 마감했다. 채권가격도 약세를 보이며,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5bp 올랐다.
이와 관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북미회담 직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담 결렬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은 기대와 다른 예외적 상황에 크게 반응한다"며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불안함이 크게 표출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결렬 자체보다는 왜 협상이 결렬됐는지 배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휴 이후 시장에서 이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일정 변경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락 마감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담 이후 연휴를 보낸 이번주 국내증시에는 당장 수급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심리적으로 (부정적)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관련 이슈로 오른 종목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북미회담 결렬은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불안한 요소다. 이번주 초까지 외국인들의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담 결렬 이슈가 금융시장에 장기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은 드물었다. 올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모멘텀이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우리 시장이 북미회담에 의해서만 움직인 것은 아니었고 미중 무역분쟁, 각국의 경기부양책,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두루 반영하고 있었다"며 "3월 시장의 흐름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석원 센터장도 "북한이 미국과 협의하며 개방 과정으로 나오고 한국과의 관계도 개선할 것이란 기대는 많이 꺾였다고 봐야겠지만, 시장에 장기적 이슈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다른 굵직한 이슈들도 예의주시하라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북미간의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국내증시는 펀더멘탈에 비해 많이 오른 상태였다"며 "이번주에는 한국의 수출입실적이나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지수 등 경기 흐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증시가 쉬어간 1일(한국시간)엔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MSCI지수에서 중국A주의 시가총액 편입 비중이 확대(5%→20%)됐다. 중국A주 비율이 높아지면 같은 시장에 편입된 한국에선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