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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가다)조태일 SOS랩 미국법인장 “한국 유일의 라이다 기업, 미국서도 통한다”
‘위기이자 기회의 땅’ 실리콘밸리에 한국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민 이유
입력 : 2019-03-07 오전 12:00:00
[샌프란시스코=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2시간여 달려가면 눈 앞에 평지가 펼쳐진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는 ‘IT기업들의 고향’이라는 별명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마천루 대신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겉으로 보기에 평화로운 이 곳은 매일 수많은 기업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루에만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진다.
 
한국 기업들에게 실리콘밸리 도전은 큰 과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를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학벌과 인종 장벽 또한 존재한다. 높은 물가와 임대료는 실리콘밸리에서의 꿈을 더욱 흐려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위기이자 기회의 땅’에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부터 소설, 음악 등 문화콘텐츠를 가지고 미국 땅에 발을 디딘 한국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태일 SOS랩 미국법인장. 사진/뉴스토마토
 
“미국에는 시장이 열려있다. 고객사들은 검증된 기술력을 찾고 있고 우리는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70여개 라이다(LiDAR) 기업 중에 탑 5안에 드는 게 목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만난 조태일 SOS랩 미국법인장은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미국 진출 2년차인 SOS랩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를 만드는 회사다. 라이다는 자동차 주변 환경을 3D로 인식해 맵핑(mapping) 작업을 함으로써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전방에 레이저를 발사하고 물체에 닿는 시간을 계산해 공간 정보를 고속으로 획득한다. 구글 웨이모 외관을 보면 카메라 상자가 사방에 달려있는데 이것이 라이다다.
 
자율주행 시대가 5, 6년 안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라이다 개발 업체들의 몸값은 급등세다. GM이 라이다 스타트업 스트로브를 인수했고 네이버는 이스라엘 업체 이노비즈가 추진한 728억원 규모의 투자에 공동 참여했다. 벨로다인, 쿼너지 등 세계적인 라이다 회사는 매번 10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받는다.
 
SOS랩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라이다 회사다. 정지성 대표가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중 동료 4명과 함께 창업했다. 회사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보유하고 있는 라이다 기술은 GIST때부터 10년 이상 됐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열렸던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KIC차이나&베이징대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묵직한 기록들을 남겼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4대 라이다 기업’에 들었다.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사진/SOS랩 홈페이지
 
조 법인장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이 경쟁자가 많은 위기인 동시에 고객사도 충분한 기회를 가진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우리가 거의 유일한 라이다 기업이라 잘한다고 해도 비교 대상이 없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우리 기술력의 입지가 파악된다.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알 수 있고 고객사에 잘 홍보하고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지사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에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특히 정부 주도형인 한국의 투자문화보다 자발적인 미국의 투자문화가 실리콘밸리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엔젤투자매칭펀드라는 게 있어서 개인이 5000만원을 투자하면 벤처투자협회에서 그만큼 더해 1억원을 지급한다. 벤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엔젤투자자들이 적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성공한 엔젤투자자가 많아 유망한 기술에 10억원을 투자하면 1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만큼 투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돼 있다”면서 “기술력이 바탕이 되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S랩의 라이다가 장착된 자율주행차. 사진/SOS랩 홈페이지
 
더욱 ‘큰 물’에서 경쟁하게 된 SOS랩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차별화된 제품과 가격경쟁력이다. 통상 주요 업체가 생산한 라이다는 하나에 7만5000달러(8500만원)대로 웬만한 중형 외제차 수준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부품의 하나인 라이다의 가격이 200~300달러(22만~33만원)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SOS랩은 기존 기업들의 모터 방식과 멤스 방식의 장점만을 모아 하이브리드 형식의 라이다를 만들었다.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SL-1은 올해 말 양산에 들어가며 공급받을 고객사도 확정지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로토 타입은 이미 선보였다. 아직 양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기업가치에 비해 매출이 적은 기업들과는 달리, 보안용과 산업용 라이다 제품군이 캐시카우가 돼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해 만도 등 파트너사로부터 68억원을 투자 받았고 후속 버전 라이다를 만들기 위해 또 다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조 법인장은 SOS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실리콘밸리 정신에 감명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투자 총괄을 맡고 있는 그는 원래 금융계 종사자였다. 국내 4대 은행에서 일했고 영국에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엘리트다. 이후 유명 벤처캐피탈을 거쳐 외국계 은행 임원 직함까지 달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이후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으면서 실리콘밸리에 정착하게 됐다. 조 법인장은 “한국에서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도 많지 않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정말 멋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대학교를 다니면서 페이스북과 애플을 창업했다. 저지른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트라에 3년간 일하면서 금융밖에 몰랐던 내가 테크트렌드 강의를 하게 됐다. AI, 블록체인, 자율주행차가 미래를 책임질 기술이라고 생각했고 세 가지 중 하나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정지성 대표의 요청이 있었을 때 함께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조 법인장은 “중요한 성공사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 “원할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비견되는 회사로 키우고, 많은 회사들이랑 파트너십을 발굴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하지 않은 아이템인 만큼 재미있게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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