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중고거래하다 한순간에 범죄자로…보이스피싱 '3자사기' 기승
온라인 중고거래했는데…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들어와
입력 : 2019-03-11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1. A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B씨에게 10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현금 90만원에 판매했다. 이후 A씨는 은행으로부터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로 동결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입금된 90만원이 신원미상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던 것. 내막은 이렇다. 범죄조직원 B씨는 주부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유괴했다"며 몸값 90만원을 A씨의 계좌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를 모르고 A씨는 90만원을 거래대금으로 받았다가, 졸지에 불법금융거래자로 낙인찍혔다.
 
#2. D씨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E씨에게 50만원 상당의 중고 노트북을 판매했지만, 돈 한푼도 받지 못했다. 거래대금으로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라는 이유에서다. 범죄조직원 E씨가 보이스피싱으로 갈취한 돈을 보낸 것이다. D씨는 동결된 계좌를 해제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50만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결국 50만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개인간 온라인 거래로 받은 돈이 보이스피싱의 피해금액이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직접 거래하기 어려워, 중고품으로 자금세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범죄의 특징은 보이스피싱으로 갈취한 돈을 문화상품권이나 다른 물품으로 세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범죄조직들은 보이스피싱에 성공하더라도, 계좌추적 때문에 직접 돈을 받기 어려웠다.
 
온라인 중고품 거래사이트에서는 이를 '제3자사기'라고 불린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중고거래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신종 보이스피싱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피해자 이모씨(45·남)는 "중고 컴퓨터를 온라인에서 50만원 주고 팔았는데, 들어온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다"면서 "계좌동결을 풀기 위해 피해자에게 50만원을 돌려줬지만, 정작 나는 컴퓨터를 잃고 은행에서는 불법금융거래자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해당 유형의 범죄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고거래 피해자 등 총 2명이 발생한다. 특히 중고거래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보다 더 많은 피해를 받는 구조다.
 
중고거래 피해자가 계좌동결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데, 계좌동결이 해제되기까지는 최소 2달이상이 걸린다. 
 
동결된 계좌에 많은 돈이 묶여 있다면,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집·자동차 등 대출이자를 갚아야 하는데, 돈이 못 빠져나가면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수 있어서다. 
 
또 계좌동결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신용에 불법거래 이력이 남는 것도 문제다. 향후 신용대출, 카드론 등을 신청할 때마다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범죄자로 덤터기 씌어진 금융소비자가 오히려 금융당국의 혹독한 제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A씨는 "해외계정을 둔 범죄자는 손도 못대는데, 선량한 온라인 거래자만 범죄자로 취급돼 금융당국의 혹독한 제재를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와 중고품 거래자가 결탁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며 "중고품 거래자는 은행과 금감원에 적극 소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로 들어온 금액을 지급정지하는 것은 원칙 상 맞다"면서 "피해금액이 누구 소유인지는 민사소송에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1일 유령법인 콜센터 전화기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긴 영화제작자 등 1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들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압수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