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미국 보잉의 차세대 주력기인 B737 맥스(MAX)8이 잇달아 추락하면서 이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국내 항공사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해당 항공기의 운항 중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에서 캐나다로 가던 에티오피아항공의 여객기(보잉 737 맥스8)는 공항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 추락한 라이온에어의 항공기와 같은 기종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선 이스타항공이 해당 기종을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2대를 들여와 운영 중이다. 이 여객기들은 일본, 태국 등 노선에 투입된다.
이스타항공은 아직 명확한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항공기 결함으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면밀하게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B737 MAX 8 기종 도입식'에서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이날 이스타항공에 항공안전감독관을 보내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B737-맥스 기체·소프트웨어를 긴급 점검하고 조종사·정비사 등을 상대로 안전 관련 매뉴얼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2025년까지 맥스8을 30대 도입하고 옵션으로 20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옵션 계약분은 상황에 따라 구매를 취소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도 2022년부터 5년간 최대 50대(옵션 10대 포함)를, 티웨이항공은 6월부터 맥스8 4대를 도입키로 했다. 2021년까지 10대 이상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항공사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와야 계약 이행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국내 항공사가 운항하는 보잉 737 맥스 8의 운항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에티오피아 추락 기종)비행기가 몇일 후 제가 탈 비행기랄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며 "(항공사에서) 변경이나 무료 취소 보상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조속히 운항 중지해 금전적 피해가 없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이날 다른 노선에 투입된 맥스8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중국 민용항공국도 안전 위험을 이유로 중국 항공사들에 맥스8 운항을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운항 중지 요구는 해당 기종을 들여온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이스타항공 사내 게시판에는 '737 8 MAX 사고 원인 규명시까지 운항 중지 요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스타항공 소속 기장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지난 10월 발생한 라이언에어 추락사고와 이번 에티오피아항공의 추락사고는 동일 기종이며 이륙 직후 저고도에서 발생한 유사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라며 "MAX에 대한 안전운항을 조종사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제작사에서 원인규명이 될 때까지 운항 중지를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라이온에어 사고의 경우 승무원 운용교범 보고서 (FCOM bulletin)가 조종사에게 주어진 정보의 전부이며 제작사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에티오피아항공 사고는) 보고서 이후에 발생했으므로 조종사가 보고서에 언급된대로 조작을 했지만 회복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보고서만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