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렉시트 이슈가 여전히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럽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영국 의회가 전날 브렉시트 합의안을 큰 표차로 부결시킨 데 따라 하원은 13일(현지시간)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회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마저 거부하면 14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표결하게 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런던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불안한 투자자들은 유럽펀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38개 유럽펀드에서는 최근 6개월 사이 1055억원이 순유출됐는데 해외 지역별 펀드 중에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최근 한달 사이 순유출 규모도 3000억원으로 북미(-369억원) 다음으로 크다.
유로존의 경기둔화 상황도 자금 유출의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1.7%에서 1.6%로 낮췄다.
연초 이후 유럽펀드의 수익률은 8.4%다.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13.0%)보다는 낮지만, 국내주식형 펀드(5.4%)보다 높은 등 무난한 수준이다.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도 각각 3.0%, 6.5%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부진한 경기상황과 브렉시트 등 정치적 이슈가 투자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EU 탈퇴는 2주 뒤인 29일로 예정돼 있다. 노딜 브렉시트 투표가 가결되면 이날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협상 연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 연기가 결정되면,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에 연기를 요청해야 하고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그동안의 관망심리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영국 의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브렉시트를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며 "3개월이 아니라 2년 연기가 결정될 경우 브렉시트 이슈는 한동안 금융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노딜을 회피하려는 EU와 영국의 공통적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6~7월로 브렉시트 기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 시기면 '소프트 브렉시트'나 '노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서 불활실성도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