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주식시장에 뚜렷한 상승 재료 없는 상황에서 1분기(1~3월) 프리 어닝시즌을 맞았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었다.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자 확실한 재료인 실적 모멘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뉴스토마토>가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 3곳 이상의 컨센서스가 있는 상장사 191곳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본 결과, 매출액(1.8%)은 1년 전보다 소폭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2%, 25.6%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도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거나, 호실적을 이어갈 기업들이 있어 시선이 모아진다. 업종별로는 상업서비스(524.7%), 전자장비(63.0%), 전기장비(40.7%), 미디어(40.7%), 섬유의복(37.6%), 자동차(24.5%) 업종 등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 '흑자전환'…현대차 기저효과 기대
우선은 흑자전환이 예상된 전력업종에 시선이 모아진다. 한국전력의 1분기 영업이익은 2181억원으로, 지난해 1200억원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한국전력의 저평가는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올해는 요금인상을 기대하지 않아도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 등 비용절감만으로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장주 가운데서는 자동차의 선방이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에서 1분기 실적 개선이 지난해 기저효과와 흑자전환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2분기 이후 영업환경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한 8524억원,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3.0% 증가한 3759억원으로 각각 분석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 난 결과였다. 2018년 연간 영업이익은 3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기저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미국에서의 인센티브 축소, 8세대 쏘나타의 상품성이 2분기 이후 올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2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0.5% 늘어난 5423억원으로 추산된다. 만도(505억·16.7%), 한온시스템(1104억·15.9%)도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현대위아도 261억원 흑자전환이 예상돼, 자동차부품 업종의 전망치를 높였다. 현대위아는 지난 2월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인 장품기차에 1조원대 부품 공급 소식을 전하며, 투자심리도 한층 개선된 상황이다.
전자장비 업종 중에선 삼성SDI 영업이익이 1677억원으로 133.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삼성전기 2741억원(78.0%), 일진머티리얼즈 131억원(65.5%)도 견조한 전망이다.
유통·미디어, 신세계인터·CJ ENM 기대감
뷰티·패션기업의 실적 전망도 밝다. 코스메카코리아(33억·408.7%), 클리오(20억·223.5%), 한국콜마(341억·89.7%), 코스맥스(159억·53.0%) 등 뷰티기업뿐 아니라 섬유의복주에 포함된 신세계인터내셔날(182억·53.5%)이나 휠라코리아(1047억·23.3%)의 전망이 긍정적이다. 유통 대장주인 롯데쇼핑(2149억·30.4%)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1분기보다 141.8% 증가한 97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 제이콘텐트리, 925억원(66.8%)의 영업이익이 예상된 CJ ENM 등 미디어 업종도 증가율 상위에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CJ ENM을 미디어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면서 분기별 호실적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은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17배로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대박을 낸 제이콘텐트리는 향후 실적 모멘텀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제작한 '필름 몬스터' 지분을 100% 인수했는데, 이에 대해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필름 몬스터는 영화, 드라마를 모두 연출해 왔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투자였다고 본다"며 "빠르면 2분기부터 관련 성과가 가시화되는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종 부진 속 빛나는 종목
1분기 전망은 반도체 및 관련장비(-50.1%), 휴대폰 및 관련부품(-45.3%), 화학(-27.4%) 순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도 차별화된 종목들은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및 관련장비 업종의 영업이익은 50.1%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조1536억원으로 50.7%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보수적으로는 1조원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휴대폰 및 부품 업종 전망도 부정적이다.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8조534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1분기보다 45.4%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부품주 파트론은 차별화된다. 1분기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1% 증가가 예상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략거래선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공급, 준프리미엄 모델에 전후면 카메라모듈, 신규로 지문인식모듈을 공급하며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1분기(207억원) 이후 최고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업종도 차별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도 387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전년 478억원보다는 줄겠지만 흑자 턴어라운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중공업은 전년 대비 흑자전환이 예상돼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1238억원에 달했는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에 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화학업종도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LG화학(4617억·-29.1%), 롯데정밀화학(345억·-30.6%), 롯데케미칼(3981억·-39.9%), 한화케미칼(956억·-44.5%)은 영업이익이 감소, 한솔케미칼(301억·36.7%), 포스코켐텍(304억·31.8%), SKC(496억·20.4%) 등은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