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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너의 회사가 아닌 주주들의 회사"
입력 : 2019-03-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사회 친화적 기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기업이 되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제57기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로 이 같이 다짐했지만 주주들은 끝내 등을 돌렸다. 사회 친화적 기업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주주와 총수 일가의 간극이 너무 멀어진 탓이다. 
 
아버지 고 정석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낸 조양호 회장은 27일 주총에서 결국 주주들의 손에 밀려 대표직을 내려놨다. 횡령·배임·탈세·밀수·갑질. 대한항공 총수 일가에서 빚어진 일들이 나비효과로 번져 기업을 일궈낸 총수의 옷을 벗긴 것이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상실하면서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유감과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연금이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독립적이지 못한 결론을 냈으며, 특히 조 회장에 제기된 혐의가 아직 법원의 판결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재벌개혁이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자본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재계의 비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많은 소액주주들이 이미 등을 돌렸고,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게 비단 국민연금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에 앞서 해외 연기금들은 이미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대한항공 이사회의 독립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을 찬성했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연임을 반대했던 소액주주나 외국인이 다시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번 사례의 교훈은 아무리 기업을 크게 일군 총수라 하더라도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가와 배당에 관심이 쏠린 소액주주도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더이상의 오너리스크는 간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상실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등기 회장으로 경영은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도 대주주로서, 회장으로서, 지주회사의 대표로서 대한항공에 영향력은 계속 행사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이다. 
 
다만 주주들의 민심으로 확인했듯 앞으로의 기업 경영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범법 행위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단 점을 인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회사의 실적 증대와 기업가치 향상은 오너뿐만이 아닌 주주 모두가 기대하고 바라는 모습이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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