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고수'로 알려진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를 만났다. 자문사를 세우고 일임투자를 시작한지 꼭 10년. 증시는 수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머스트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수익을 쌓기만 했다. 그 사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로 옷도 갈아입었다. 일부러 알리지 않는데도 알음알음 찾아와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늘어 덩치는 커졌다지만, 투자에 대한 열정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보이는 그를 만나 머스트자산운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운용철학을 믿고 장기투자한 고객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며 자사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는데.
머스트자산운용과 머스트홀딩스를 포함해 2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고객, 즉 타인의 자본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는 비히클(수단·vehicle)은 여러가지다. 각 방법에 대한 규제도 계속 변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 항상 기업의 변화를 스토킹하면서 우리가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그래서 고객과 파트너십을 맺기 가장 좋은 비히클로 진화하는 노력을 계속 해 왔다.(김 대표는 스토킹하듯 온갖 수단을 동원해 투자할 기업을 집중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운용사로 돌아선 뒤로는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헤지펀드)만 운용하고 있다. 그해 일임고객 전원을 헤지펀드로 전환시켰다. 일임투자에서 헤지펀드로 옮겨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계좌를 1개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아무리 매매시스템이 훌륭해도 직접 주문을 넣는 우리로서는 이만한 효율이 없다고 봤다. 전기밥솥에 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돌솥밥을 짓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자체 자금을 펀드에 넣기 위해서였다. 이게 예민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금융투자제도와 규제 변화에 맞춰서 그때그때 가장 적합한 모습으로 회사를 꾸려갈 생각인데 지금은 이런 형태가 좋다. 환경이 바뀌면 또 그에 맞는 회사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운용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 1~2년간 꾸준히 늘어 현재 약 45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헤지펀드 전환 이후인 2017년말 2870억원, 2018년 4135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신규고객이 유입된 것도 있고 기존고객이 증액한 부분도 있다. 또 운용성과가 보태져 자산이 커진 점도 있다. 펀드는 지난 2017년 1월에 4호를 발매한 후 없다가 지난 3월15일에 5호 판매를 시작했다. 4호 출시 후 2년이 걸렸는데 추가 펀드를 내놓는 데 속도조절을 한 것 같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8~29% 수준이며 가장 부진했던 2014년 때가 6.0%였다. 마이너스는 한 해도 없었다.
운용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 관리가 어렵다는 말은 절대적 진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운용규모가 커지면서도 수익률을 유지한 비결은 우리 능력의 한도 안에서 운용규모를 후행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익률 훼손이 없었다. 수익률을 보면, 최근 해외 쪽 투자 아이디어가 생겨서 해외 운용 성과가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국내주식 투자에서의 실수도 많이 줄였다. 한국 기업만 봤을 때에 비해서 입체적으로, 다각도로 보게 되면서 실수를 줄여간 덕분에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사모펀드로 운용하면서 '숏'을 안 하나. 남들은 그것 때문에 사모로 온다는데. '롱' 전략만으로도 여전히 투자할 기회가 많다고 보는 것인지.
우리는 '롱 온니(long only)' 전략으로, 헤지 목적의 '숏(short)'도 하지 않는다. 숏, 레버리지 등 기술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헤지펀드로 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가 헤지펀드로 전환한 이유는 전혀 달랐다. (예전보다 괜찮은 종목을) 찾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다. 우리 내부적인 평가로는 리서치에 들인 노력에 비해 운용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인풋(노력)을 더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기회가 있고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는 더 많다. 능력 범위가 좁아서 놓치는 게 많을 뿐이지, 투자 대상을 찾는 과정 자체는 아주 즐겁다. 아이디어가 안나오면 나올 때까지 현금으로 들고 있으면 된다.
1~4호 펀드에 의미 있게 담은 국내 주식종목은 50개 정도다. 관찰용이나 주총 참여 목적으로 0.1% 미만으로 담은 종목 수를 빼고 그렇다. 5% 이상 지분공시를 한 기업은 5개 정도, 또 지금까지 누적으로 투자한 국내주식은 100개 정도다. 투자 대상은 국내 주식이 가장 크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해외 주식투자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우량주를 찾아내려고 한다. 투자대상은 전 세계에 분포돼 있으나 투자 레시피를 공개할 생각은 없다. 레시피 공개는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현재 1~4호에는 국내 주식 외에 기타항목으로 잡혀 있는 20% 이상 자산이 해외주식으로 추정된다)
-기관 투자 고객은 없는지.
몇몇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데,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가장 먼저 교직원공제회와 인연을 맺었다. 우리는 금액이 작은 개인고객이나 금액이 큰 기관을 '완벽한' 의미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대한다. 큰 고객에 (낮은 보수를 적용해) 잘 해준다는 건 어떻게 보면 작은 고객을 차별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하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관은 참여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교직원공제회는 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철학을 존중해주었다. 기관도 자금운용 철학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외국인 자금도 일부 있다.
-수익률만 보면 탐나는데 일반 투자자들에겐 최소가입금액이란 문턱이 높아 보인다.
5억원이니까 부담스러운 금액인 게 사실이다. 사모펀드 대중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액과 상관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우리 역시 더 낮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모펀드는 가입인원이 49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공모펀드인 사모재간접펀드에는 적극적으로 자세로 임했다. 사모재간접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 규모가 가장 큰데, 우리 사모펀드가 편입돼 있다. 다른 운용사 상품에도 있다. 금융당국 규제가 자산운용업에 있어서는 드라마틱하게 완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환경에 맞춰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머스트자산운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머스트자산운용의 고객이 모두 오래 함께한 분들이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상담하고 돈을 맡긴 분들이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어 도움이 된다.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깊게 이해하고 스스로 찾아온 고객일수록 길게 보고, 투자 환경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유지율로 보면 97% 수준이다. 사모펀드에 가입한 이후 환매는 자유롭다. 신청 후 6~7주 사이에 현금화할 수 있다. 중간에 환매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대신 들어갈 수도 있는데, 1년에 한두 자리 날까, 거의 없는 편이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타인에게 돈을 맡기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맡겨주는 고객들이 있다는 게 가장 큰 행운이다.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투자하는 데 가장 적절한 모델을 찾아 변화해 나갈 생각이다.
김창경 증권부장 ckkim@etomato.com 정리=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