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한진칼이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의 표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을 강화하는 정관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한진칼은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6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외이사·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감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8개 안건을 가결시켰다.
관심을 모았던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건은 KCGI의 반대표에도 통과됐다. 이사 선임의 안건은 일반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이다. 표결 결과 찬성은 65.46%, 반대는 34.54%로 집계됐다. 국민연금도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을 찬성하면서 한진칼 측에 힘을 실었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기업지배구조원도 석 대표의 재선임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이사, 상무를 거쳐 2008∼2013년 한진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3∼2017년에는 한진해운 사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조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을 강화하는 정관은 통과되지 못했다.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의결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다. 표결 결과 찬성은 48.66%, 반대 49.29%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앞서 한진칼에 '이사가 이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즉시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정관 변경의 안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 '이 조항에 해당하는 자는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로부터 3년간 이 회사의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조 회장의 등기이사직 박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이번 부결로 회사는 상당한 부담을 덜게 됐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아울러 이날 주총에서는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세명이 신규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사보수한도와 감사보수한도는 각각 50억원, 4000만원으로 승인됐다. 배당은 보통주 1주당 300원, 우선주 325원을 결의했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가 28.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KCGI는 10.71%, 국민연금은 7.34%다. 현재 KCGI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14%까지 지분을 늘렸으며, 국민연금은 6.7%로 한진칼 보유 주식 수를 줄였다.
한편, 석태수 대표이사는 이날 조양호 회장의 인사말을 대신해 "올해는 경기하강 및 유가·환율·금리 등 주요 경제지표의 변동성 확대가 강하게 전망되고, 정치·경제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등 매우 어려운 사업 여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석 대표는 "임직원은 치열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업성 중심의 내실 추구 및 핵심사업 경쟁력 제고에 매진해 나가겠다"며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의 충실한 이행은 물론 조기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