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 경쟁은 더욱 거세졌다. M램, P램과 같은 미래의 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D램이나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이상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메모리 시장 장악을 위해 개발에 뛰어들었다.
차세대 반도체의 후보로는 M램을 비롯한 P램(PRAM, 상변화메모리), R램(RRAM, 저항변화메모리), Fe램(FeRAM, 강유전체 메모리)가 거론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가까운 미래에 양산될 것으로 보이는 제품은 자기장을 활용한 M램과 물질의 상변화를 활용하는 P램이다. M램은 금속의 자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M램은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의 비휘발성 특징을 가지면서도 D램의 10배 수준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P램은 전력량에 따라 결정·비결정 상태로 바뀌는 물질을 활용해 데이터를 처리·저장한다. 예비동작 없이 바로 데이터를 읽고 배터리 사용시간을 20% 이상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6일 선보인 eM램 구조도.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캡쳐
삼성전자는 지난달 6일 eM램(내장형 M램)을 선보였다.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거 M램 개발에 뛰어든 지 17년만이다. 이 제품은 디지털카메라·프린터 등에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내장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제품은 28나노 공정 기반으로 생산하지만 18나노급 미세 공정도 개발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양산 제품보다 용량을 몇 배 더 키운 1Gb급 eM램도 연내 시험 생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지분 인수를 완료한 일본 도시바와 2011년부터 공동으로 M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도시바는 M램 분야에서 삼성 못지않은 기술력을 축적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이미 고집적 4Gb M램을 학회에서 공개했지만 포스트 메모리 반도체 시대를 대비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 수준의 대용량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는 2022년부터 10여년동안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메모리 생산기지 4개를 구축한다. P램·M램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의 전진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해외 업체들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 M램 제품을 선보였다. 이달에는 P램 기술에 기반한 인텔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출시한다. 비메모리인 중앙처리장치(CPU)에다가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결합해 쓰는 방식이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 역시 내년 말까지 22나노 M램을 공개하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지만 향후 3~5년 뒤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양이 폭증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으로 폭증하는 데이터 양의 처리와 저장에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업체들이 수년 후를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