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향후 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3세 경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나, 조 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2대주주인 KCGI의 영향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조원태 사장이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영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과 달리 조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와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조원태 사장은 지난해 말 조양호 회장이 요양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올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사내이사 3명을 유지하면서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경영권 승계에 앞서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양호회장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17.84%로, 이날 장중 가격인 주당 3만800원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지분가치는 총 3249억원이다. 상속액수가 30억원을 초과하면 그의 50%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1625억원 수준이다. 한진칼 외 한진과 대한항공 주식을 비롯해 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을 감안하면 상속세만 2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진칼 지분을 팔아 상속세 재원을 만들면 최대주주로서 오너일가의 한진칼 지분율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조 회장과 달리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2.34%, 2.31%, 2.30%에 그친다. 2대 주주인 KCGI나 3대주주인 국민연금 공격에 더 취약해질 우려가 크다. 더구나 KCGI는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늘리고 있어 한진칼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조양호 회장 측의 한진칼 우호지분은 28.95%이며, KCGI와 국민연금은 각각 13.6%, 6.7%를 보유하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율 50%를 가정할 시(상속세율 단순 적용)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03%, KCGI 및 국민연금의 합산지분율은 20.81%"라며 "상속세 관련 할증과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과 관계 없이도 단순 지분 기준으로 최대주주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KCGI는 한진그룹에게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말 주총을 앞두고는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법원이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며 KCGI의 주주제안은 기각됐으나, KCGI는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추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의 상속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KCGI 측의 영향력이 더욱 빠르게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