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의 핀테크 육성센터(핀테크랩) 개소식에 잇달아 참석하면서 '핀테크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IT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 혁신을 위해 은행권 금융결제망 개방, 핀테크기업 출자제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등 금융사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인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농협은행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 오는 11일 신한금융지주의 '신한 퓨처스랩' 확대 개편 행사에 잇따라 참석한다. 앞서 지난 3일 우리은행이 확대 개편한 핀테크랩 '디노랩(DinnoLab)' 출범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1주일여만에 은행권 3곳 핀테크 행사에 금융위원장이 등장하는 셈이다.
올 초 문재인 대통력이 주재한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을 시작으로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핀테크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에서는 금융사의 일정을 확인한 다음 금융위원장의 참석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장의 이 같은 '핀테크 행보'는 핀테크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이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올해가 핀테크 산업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핀테크 투자 확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 수장의 '핀테크 행보'에 시중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참석하는 순번에 따라 은행의 입지가 다르다고 생각할 만큼 핀테크 투자 계획 발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당국이 핀테크 육성을 주장한 부분도 있지만 디지털화가 금융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직접 육성하는 것도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를 '디지털 금융의 원년'으로 천명한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 육성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존에는 일정수준 이상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과 협업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창업한지 얼마 안된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창업 초기부터 지원하고 더나아가 투자까지 하는 핀테크 기업 직접 육성 방식으로 변했다.
금융당국의 핀테크 관련 대외활동은 계속된다. 금융위는 다음달 23~25일엔 제1회 글로벌 핀테크박람회(코리아 핀테크 위크) 개최를 준비중이고, 하반기엔 핀테크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핀테크 라이선스’,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출자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농협금융지주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 출범식 축사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선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가 상생의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당국도 금융 규제를 대폭 개선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신속하고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 제약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중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의 금융회사 출자 가능 회사 범위에 핀테크 기업을 포함하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이 핀테크 기업에도 출자 제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유권 해석을 했지만, 기준이 명확지 않아 여전히 은행이 핀테크 업체 지분 인수에 소극적"이라며 "핀테크 기업의 개념도 금융혁신지원특별법령과 전자금융거래법령 등을 개정해 명확히 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 출범식이 열린 8일 서울 서초구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다기능 스마트 ATM기기를 이용해 체크카드를 발급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