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육성사업의 목적은 사업화가 아닌 미래기술의 기반 조성에 있다. 삼성전자는 재단에 출자만 할 뿐 연구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학자들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국가의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근간이 되는 가치는 창조성과 도전정신이다.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세계 최초를 추구하는 모험 과제를 선정하기 때문에 연구의 실패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필드 개척, 난제 해결, 융합과제, 공익성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사업은 연구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결과물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국책과제와 차별화된 점이다. 김 이사장은 “연구과제들이 정부를 통해 지원받을 때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재단은 새로운 기술의 창출과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연구를 중요시하는 만큼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구과제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음두찬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장 연세대학교 김은경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과제가 종료되더라도 성과가 우수하고 학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큰 파급력이 기대되는 과제는 후속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34건의 과제가 1차 개발을 완료하고 후속적으로 3~5년정도 추가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완성도가 높은 과제는 중소기업 기술 이전이나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두찬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이전은 지금까지 7~8건, 창업은 1~2건의 사례가 있었다. 최근에도 서울대 교수가 단일 기술을 가지고 바이오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 성과를 보호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놨다. 재단은 2015년부터 교수들이 특허 출원을 원할 경우 특허 변리사 사무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500여건, 해외 130여건의 특허가 각각 출원돼 있다. 반도체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한 경우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파생돼 산학과제가 이루어진 경우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재단을 통한 육성기술을 삼성전자가 흡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삼성전자는 출자만 할 뿐 사업은 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기술을 빼간 사례는 없었다”면서 “기초과학 부분은 재단으로 떼어내 공익사업으로 추진하고, 응용기술은 센터로 편제해 기술이 해외 기업에 유출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음 상무는 “연구과제는 원천 기술에 가까워 3~5년 개발하고 나면 좋은 과제들은 후속과제로 이어진다”면서 “이 단계에서 어떤 회사에서 관심이 있다면 접촉을 해서 산학과제로 연결될 수도 있고 그 이후 제품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5~1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