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그룹 수장이 된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고 조양호 전 회장 없이도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경영권 위협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조 회장은 선친의 지분을 오롯이 상속받아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고, 우호 세력을 공공히 하기 위해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취임 이후 경영권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KCGI가 지분을 계속 높이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조 전 회장의 발인이 있던 지난 18일 KCGI는 지분율을 기존 13.74%에서 14.98%까지 확대했다. KCGI는 지난해 11월 9%의 지분 취득을 시작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후 올해에만 네 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현재 KCGI의 지분율은 조 전 회장의 지분(17.84%)와 불과 2.86% 차이에 그친다.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조 전 회장의 지분율은 그대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조 회장을 비롯한 삼남매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팔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한진그룹은 지분 처분 없이 다른 방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이다. KCGI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룹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을 팔기엔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과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합산 지분은 7%대에 불과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19일 제주 KAL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 제62차 사장단 회의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내년 3월에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과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이미 시장에선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와 KCGI의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 회장의 경영행보가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평가받아야 우호세력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룹 내부에서 조 회장에 대한 평가는 선친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말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현안은 조 전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조 전 회장의 세세한 경영 스타일이 조 회장의 실력을 내세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설명도 있다.
당장은 조 회장이 앞서 한진그룹이 발표한 '비전2023'을 어떻게 달성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한진칼은 2023년까지 매출 22조원, 영업이익률은 10.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송현동 부지와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매각도 추진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2023년 16조원을 달성하고, 보유 항공기를 190대로 늘리는 게 목표다. 또 차입금은 11조원, 부채비율은 395%로 낮춰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문제 외에도 앞으로의 실적 개선 등이 조 회장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