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기업 상장사 대표이사의 80%가 경영진 견제 기능을 하는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가 무조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 소속 상장사 179개사 중 80%인 143개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다른 경우가 2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30대 그룹 소속 상장사 대표이사-이사회 겸임 현황.자료/대신지배구조연구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93개사 중에서는 22.6%인 21곳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어 30대 그룹 전체(20%)보다는 비중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SK(57.1%)와 삼성(43.8%), LG(36.4%)의 분리 비율이 높았다. 이들은 그룹 총수가 창업주의 3~4세거나 소속 상장사가 글로벌 수준의 대기업이란 특징이 있다.
반대로 현대자동차와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그룹 소속 상장사들은 이사회 의장이 전혀 분리되지 않았다.
그룹 총수(특수관계인 포함)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상장사는 30개사로 조사됐다. 지주회사인 LG와 GS, 한진칼, 두산, CJ,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대표적이다. 회사 정관에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규정한 곳도 19개사로 나타났다.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는 것은 이사회의 투명성 확보 등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하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가 무조건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사회의 투명성과 책임경영 확보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자발적인 이사회 기능 활성화 노력이 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 안건을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60%에 가까운 기업이 정관상 1일 전까지 이사회 소집·통보하게 돼 있는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며 "기업에서는 정관에 규정된 기간보다 훨씬 앞서서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규정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