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영업환경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차이니즈 월과 업무위탁 규제가 사후적 규제로 전환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증권사들의 혁신금융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한 11개 증권사 대표들은 △금융투자업의 차이니즈 월 규제 △업무위탁·겸염업무 규제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차이니즈 월, 업무위탁, 진입 규제는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영업규제에 해당한다"며 "자본시장법 제정 취지에 맞게 사전적 열거주의 규제체제에서 사후적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할 경우 혁신금융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니즈 월은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말한다. 금융투자회사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정장치인데, 사전적 규제로 작용하면서 걸림돌이 생기자 이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jpg "9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11개 증권사 대표들이 모두발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9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11개 증권사 대표들이 모두발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차이니즈 월 규제는 회사 규모와 업무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법령에서 직접 규제 대상과 방식을 정하고 있어 조직이나 인사 운용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도 이로 인해 신속한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현재 '업 단위'의 칸막이 규제 방식을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정보 단위'별 규제로 전환한다. 미공개 중요정보나 고객자산 운용정보 등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규제를 유연하게 한다는 것이다. 규제의 대상도 법령에서 직접 정하는 게 아니라, 필수 원칙만 제시하면 세부사항을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회사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만큼 내부통제가 미흡해 생기는 행위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가중 제재하는 등 사후제재를 강화한다.
증권사의 업무위탁과 겸영·부수업무 규제도 업계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핀테크 활성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서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는 업무위탁할 수 없도록 금지된 핵심업무들도 인가·등록을 받은 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인데, 증권사가 IT기업 등에 매매주문 접수·집행 등의 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된다. 또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본질적인 업무도 IT기업에 위탁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트레이딩이나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도 핀테크가 활용돼 금융투자업 혁신이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전보고 원칙으로 이뤄지는 증권사의 겸영·부수업무 규제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시키고, 감독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영업규제 개선안은 지난해 11월 마련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의 세부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안', '건전성 규제 개선방안' 등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오늘 논의한 정책과제들은 조속히 입법화돼야 한다"며 향후 입법과정에서도 지원을 당부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