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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산다" 과잉경쟁 주유소, 복합 공간으로 답 찾는다
주유소가 공유경제 중심으로… 복합 에너지 공간으로도 확대
입력 : 2019-05-12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기름 냄새를 풍기던 주유소가 복합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심에 촘촘히 자리한 주유소가 고객과 다양한 서비스를 잇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전기·수소 충전까지 가능한 복합 에너지 공간으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주유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  공유경제의 오프라인 거점이 되다
 
최근 정유사들은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주유소라는 공간과 스타트업의 온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달 현대오일뱅크는 스타트업 메이크스페이스와 전략적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주유소를 활용한 공간공유사업, 이른바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캐노피 상부, 사무동 등의 유휴 공간을 제공하고 메이크스페이스는 그 공간에 창고를 설치해 기존 창고 네트워크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상반기 중 서울 시내 5개 이상 주유소에 셀프 스토리지 설치를 마무리한 이후 전국 직영 주유소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주유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보인 스마트 보관함 '큐부(QBoo)'도 대표적인 사례다. 큐부는 주유소에서 세탁, 중고거래, 물건보관, 택배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상대와 시간과 장소를 맞춰야 하는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없앤 것이 특징이다.
 
SK양평주유소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 큐부(Qboo). 사진/SK에너지
 
예컨대 세탁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 세탁물을 맡기고 세탁된 옷들을 고객이 가능한 시간에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도 상대방과 직접 만나지 않고 무인 사물함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다. 지하철 역사 등에 설치된 보관함과 달리 주유소는 차량 접근이 용이해 차량 및 도보 이용 고객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큐부에 앞서 지난해 6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 '홈픽(Homepick)' 서비스도 시작했다. 홈픽은 두 정유사가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 제휴해 만들었다. 전국 420여개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어디든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1시간 이내 방문해 택배를 수거한다.
 
이윤희 SK에너지 리테일사업부장은 "홈픽, 큐부 런칭 등을 통해 주유소가 공유 인프라로 진화하는 실증적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주유소가 가지고 있는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기·수소 충전까지 '복합에너지공간'으로 진화
 
주유소의 변화는 자동차 인프라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9일 서울지역 7개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해 전기차 충전사업을 펼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급속 충전기가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전기차 충전소의 접근성과 충전속도 개선을 위해 상반기 중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GS칼텍스의 전기차 사업 진출은 주유소 네트워크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 '모빌리티 인프라 서비스 공급자'로 거듭나려는 목표에서 비롯됐다. 연초 GS칼텍스는 LG전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존의 주유소를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으로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주유소에서 제공했던 주유·정비·세차 서비스 이외에 전기차 충전, 전기차 셰어링, 전기차 경정비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GS칼텍스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이미지.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와 LG전자는 기존 주유소를 단계별로 ‘융복합 스테이션’으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에너지-모빌리티 관련 서비스 발굴과 사업에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휘발유, 경유, 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울산에 이를 선보였고,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자동차서비스 복합단지에 두번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세운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속적으로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늘려 정부의 수소경제 확대 정책에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주유소의 이 같은 변신은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정유업계의 고민이 담긴 결과다. 주유소는 이미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한데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제반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연간 평균 149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4년 7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2345곳이었으나, 올해 월 말 기준 1만1769곳으로 감소했다. 
 
향후 주유소 사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도 주유소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로 경유세 인상 주장은 높아지고 있고, 향후 전기차나 수소차 보급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주유소 서비스 확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는 오프라인 거점 전략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2015년 중국석유화학이 보유한 2만개의 주유소 중 5000곳을 인수했고, 아마존이 다음 사업으로 주유소를 보고 있다는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 아마존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면 2016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무인상점 '아마존고'(Amazon Go)를 주유소를 기반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에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지리적 강점을 가진 주유소를 오프라인 거점으로 하는 물류, 유통 등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이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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