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및 경유가격이 12주 연속 상승했다. 국제 유가 및 환율 상승과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축소가 맞물리면서 기름값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36.4원 상승한 1496.4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27.7원 오른 1370.4원으로 1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액화석유가스(LPG) 차 연료인 자동차용 부탄은 ℓ당 33.3원 오른 843.8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34.3원 오른 1587.8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최저가 지역은 전남으로 33.0원 상승한 1474.3원에 판매됐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의 휘발유가 리터당 1509.3원으로 최고가였고, 최저가는 알뜰주유소로 리터당 1463.9원이었다. 경유도 SK에너지가 리터당 1383.6원에 팔며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가 리터당 1341.2원으로 가장 쌌다.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 도심 주유소에서 고객이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기름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특히 지난 7일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15%에서 7%로 낮추면서 둘째주 오름폭은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주 대비 오름폭은 지난 4월 둘째 주 10.3원, 셋째 주 14.8원, 넷째 주 17.9원으로 오르더니 이달 첫째 주 19.0원으로 뛰었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전국 1만1438여곳의 주유소 가운데 지난 7∼8일 이틀 동안 휘발유 가격을 올린 곳은 80.9%였다. 서울 지역 주유소 중 92.1%는 휘발유 판매가격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65원 이상 인상해 유류세 인상분을 전부 반영한 주유소는 전체의 13.2%로 집계됐다. 인상분을 100% 반영한 주유소 비율이 가장 높은 정유사 상표는 에쓰오일이었다.
유류세 환원분이 아직 100% 반영되지 않은 만큼 다음주 평균가는 15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 이후 휘발유 가격은 1500원을 돌파해 연일 상승세이며, 이날 정오 기준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1611.5원으로 이미 1600원을 넘어섰다.
국제 유가 및 환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금지 조치로 국제 유가 하락 폭은 제한되고 있으며, 이란 제재 외에도 베네수엘라, 리비아, 알제리 등의 원유생산 차질 가능성이 높아 향후 유가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연초 배럴당 52달러 수준에서 이달 초 69~71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1170~1180원까지 치솟았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수입하는 석유가격이 높아져 국내가 상승 요인이 된다.
일각에선 휘발유 가격이 곧 리터당 1700원을 찍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유류세 인하 폭이 줄어 기름값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미국과 이란의 갈등 심화 등은 국제 유가의 하락 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