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가 자율자동차 관련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가며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은 삼성전자가 4대 성장 동력으로 꼽은 분야 중 하나로,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점쳐진다.
14일 삼성카탈리스트 펀드 측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자율차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SSIC는 자율주행차량 핵심센서를 개발하는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에 800만달러(약 95억원)을 투자했고, 이후 삼성전자는 자사의 카메라 모듈에 이노비즈의 라이다 기술을 융합해 센서 퓨전 솔루션 ‘드라이브 라인’을 만들었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로 레이저를 쏘아 사물의 위치를 계산하는 핵심 부품이다. 하만은 올해부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솔루션 드라이브라인에 자율주행차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SSIC가 3000만달러(약 356억원)을 투자한 커뮤니케이션 반도체칩 개발업체 오토톡스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커넥티드 카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통신 칩세트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SSIC는 인공지능(AI) 업체 알레그로 AI(1100만달러, 약 130억원)와 3D 카메라 관련 맨티스비전(5500만달러, 약 653억원) 등의 투자에도 참여했다. 자율차가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주행 정보를 설계하는데 필수적인 딥러닝 기술과 카메라 모듈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지난해 4월 차량용 AI 음성인식 서비스 업체 오디오버스트와 AI 기반 이미지 및 지도 제작 스타트업 맵필러리에 투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의 또 다른 벤처투자 전문 조직인 삼성넥스트는 지난달 이스라엘 전장 스타트업인 브로드맨17(Brodmann17)이 모금한 1100만달러(약 125억원) 투자에 참가했다. 삼성넥스트의 정확한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수백만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브로드맨17은 AI 기반 ADAS 개발에 특화된 업체다. 삼성넥스트는 2년 전에도 이 회사의 AI 분야에 소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한 이후 자율차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히 주목해왔다. 이스라엘 업체들을 포함해 TT테크, 테트라뷰 등 투자 사실이 공개된 회사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시장 선점을 위한 지식 재산권 확보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중국 특허 정보제공업체 인코펫(incoPat)이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세계 자율주행 기술 특허출원 건수 순위에서 2위(1152건)를 차지했다. 1위는 포드(1225건)이지만, 비 완성차업체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삼성전자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한 후 사업성이 보장되면 협업하거나 인수를 시도해왔다. 삼성페이의 전신인 루프페이,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업체 코어포토닉스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에 흡수됐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 자율차 분야에서 새로운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올 것으로도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전장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M&A가 없는 상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한 스타트업을 모두 인수하지는 않지만, 삼성전자가 자율차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육성하는 만큼 인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