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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애플의 변신, 그리고 삼성·LG
입력 : 2019-05-15 오전 8:00:00
왕해나 산업 1부 기자
"새로운 아이폰은 더 이상 이전만큼의 '윙윙거림을 불러오지 않는다(New iPhones Don't Create as Much Buzz as They Used to)."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연구원인 펠릭스 리히터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 발표는 수개월 전부터 계속되는 소문과 유출 혐의, 끊임없는 추측을 수반한다. 하지만 실제로 매년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구글 검색 결과는 30%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애플의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과 무관치 않다. 애플은 14일 HBO, 쇼타임, 스타즈 등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놨다. 애플TV 앱은 애플 기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의 스마트TV에 실린다. 매출의 중점을 서비스에 두겠다는 것도, 애플이 아니라 다른 업체와 협업하겠다는 것도 모두 이례적이다.  
 
애플의 전략적 변화는 '하드웨어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애플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미국 회계연도 2019년 1분기, 2018년 10~12월)에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미국 회계연도 2019년 2분기)에도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들었으며 서비스 매출은 16% 증가했다. 전 세계에 스마트폰을 가져다줬던 아이폰의 전성기가 저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프트웨어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기업들은 비단 애플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익구조를 초기 PC보급과 윈도폰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덕분에 지난해 말 2002년 이후 16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자리에 다시 올라섰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해 다양한 하드웨어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많이 판매할수록 숨어서 웃음 짓는 쪽은 구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들과 태생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앞선 기술력,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힘이었다.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는 약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OS) 바다에 이어 타이젠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는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과 알렉사에 밀리는 형국이다. LG전자 역시 자체 AI 플랫폼인 씽큐와 AI 비서 Q보이스 등을 구축하고 있지만 '오케이 구글'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애플의 변신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는 소프트웨어를 잡는 쪽이 패권을 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는 날이 온다면, 더 이상 새로운 전자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온다면. 삼성과 LG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왕해나 산업 1부 기자(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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