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이례적인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법인에서 일본 톱배우의 딸을 갤럭시S10 모델로 발탁한 것. 이는 세계 최대 체험관 개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본 이동통신사 방문 등 삼성의 일본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일본 법인은 일본의 톱 배우 기무라 타쿠야의 둘째 딸인 모델 코우키를 갤럭시S10 현지 모델로 채용했다. 일본 법인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코우키는 크리스탈 색상 갤럭시S10을 들고 나타나 화려한 자신의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갤럭시S10로 찍은 사진을 바로 SNS에 업로드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모드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모델로 유명인을 활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간 얼굴이 잘 알려진 인물을 휴대폰 광고 등에 등장시키지 않았다. 대신 일반 모델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인물보다 휴대폰 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태국 행사에서 블랙핑크가 등장하는 등 행사에 유명인을 등장 시키는 일은 있었지만 인물을 강조한 광고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갤럭시S10 모델로 채용된 키무라 코우키. 사진/삼성전자 일본 법인 홈페이지
더불어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판매하는 갤럭시 모델 후면에 ‘SAMSUNG’ 로고도 없앴다. 2년 전인 2017년 갤럭시S8 시리즈를 내놨을 때부터 이어져온 관행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과 관련해 일본 내 반한 감정에 의해 제품 판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사실 지금까지 일본 휴대폰 시장은 ‘아이폰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애플이 강세였다. 2013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33.2%의 점유율(SA, 판매량 기준)을 기록했다가 2017년에는 67.4%를 기록하는 등 5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토종 브랜드와 애플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3년 10.7%였던 시장점유율은 2016년 3.4%까지 떨어졌다가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출시 이후에야 지난해 4분기 6.8%(4위)까지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5G가 일본 시장에서 세를 확장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아직 5G폰 출시 일정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본 토종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 5G폰을 내놓은 기업은 아직 없다. 더구나 일본의 이통사들은 지난 4월 5G 주파수를 배정받으면서 화웨이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1위 이통사 NTT도코모, 2위 KDDI와 잇달아 만나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도쿄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로서 단독 마케팅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 갤럭시 전시관 중 가장 큰 규모인 갤럭시 하라주쿠를 도쿄에 개관한 점, NTT도코모와 협력해 7월말부터 도쿄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1만대 한정판 갤럭시S10플러스 올림픽 에디션을 내놓는 점도 일본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을 일본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을 정도로 고전할 때도 있었지만 5G시대가 도약할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