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전문가들은 로드숍의 유통 전략 변화가 긍정적인 시도이지만,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제품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구 개발(R&D) 투자 비중을 확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정부도 다양한 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한 로드숍 매장에서 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화장품업계 전문가들은 1세대 로드숍들이 기존 H&B스토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사 브랜드만 소구하기보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게 소비자에게 친화적이라는 관점에서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서비스·유통부문 선임연구원은 "셀러브리티나 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 소비가 시들해지고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기존 원브랜드숍에서 멀티브랜드숍으로의 변화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후발주자로 나선 제조사 멀티브랜드숍은 다양한 중저가 뷰티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H&B스토어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과 잦은 할인 정책은 한계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부문 수석연구원은 "일부 원브랜드숍의 경우 인기 품목 몇 개에 치중해 특정 제품의 인기가 저물거나 소비자의 선호도가 비슷한 제품으로 옮겨가며 타격을 준 경우도 있다"라며 "잦은 할인정책 또한 성장 여력의 한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일단 화장품 시장은 명백히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만드는 게 기본"이라며 "사실상 최근 업계에선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별로 없어 과거처럼 히트 제품이 잘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로드숍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제품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여 품질을 강화하고, 정부의 신규 브랜드 발굴을 위한 지원과 규제 철폐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유통망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 브랜드의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라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구력이 떨어져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제조업체에 OEM·ODM을 맡겨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산업의 중추가 화장"이라며 "화장품이 미래의 먹을거리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신규 화장품 브랜드 발굴을 위한 규제 철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제'다.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제는 TV화장품 광고에 사용한 표현 중 증명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객관적인 실증자료를 갖춰야 하는 제도다. 식약처장이 요구해 15일 이내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가 필요하지만 광고 이미지 차원에서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신규 업체들의 진입을 억제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도 국민 보건과 관련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선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도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성분 표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업체에겐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