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증권을 포함한 일부 특례업종에 1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그런데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재량근로제' 적용을 놓고 예기치 않은 잡음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금융투자업계 특성상 실질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근로자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게는 재량근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에게 재량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고시 개정이 검토된 건 업계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를 기준으로 심야~새벽에 열리는 해외 주식시장 분석이나 기업탐방이 잦은 특성상 주 52시간제의 틀 속에선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IB) 업무 직원이나 애널리스트의 주당 업무시간은 90~100시간을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달리 국내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3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를 적용받는 경우라도 특정한 주에 최대 64시간의 근로만 가능하다. 이들의 업무는 다른 인력으로 대체도 쉽지 않아,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애널리스트들은 변동성이 큰 근로시간과 업무강도 대신, 높은 연봉을 받는 특성상 재량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는)구조적으로 아침 8시~오후 5시에 일이 끝날 수 없다"며 "회사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에 앞서 적용한 PC 프로그램 차단으로 인해 이미 불편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증권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에 대한 재량근로시간제 적용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증권사 가운데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재량근로는 사측의 재량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의 요구만을 반영해 재량근로 범위를 확대하는 건 정부 스스로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확대라는 공약을 파기하는 꼴이라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에 포함되더라도 기업에서 시행되려면 노사간 서면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제는 근로자의 권익과 행복을 위한 정책이다. 재량근로제 역시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권익을 향한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기준이 더욱 명확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혁신금융을 담당하는 금융투자업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방향이 되길 기대한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