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일 무역갈등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반등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업황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4만4000원(8일 종가)였던 주가는 4만6450원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줄곧 오름세를 타면서 13% 상승했다.
외국인이 두 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62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6000억원 정도인 국내 증시 순매수 총액을 넘어서는 수치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외국인의 반도체 종목 순매수가 무역 분쟁 완화 기대감이었다면, 최근 수급이 집중되는 이유는 컨센서스 개선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5월 말 -31%까지 떨어졌던 MSCI Korea IT의 주당순이익(EPS) 증감률이 지난주에 상승 전환했고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후 영업이익 하향 조정폭도 완화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2분기를 저점으로 나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부정적 전망이 누그러지는 게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촉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문제로 감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 상승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지난달 중순 이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었다는 점에서도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이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난 것도 반등 요인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발표를 보면 DDR4 8기가바이트 D램 현물 가격은 지난 한 주간 7.6% 상승했다. DDR4 4기가바이트 제품은 12.7% 상승했다.
이번 디램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을 반영한 일시적 현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한다면 반도체 수급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 공급 차질 우려가 현물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며 "아직은 공급 차질 우려가 당장 디램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수출 제재가 길어지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재고를 확보해두기 위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무역갈등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고 심화될 조짐이라 남은 리스크를 확인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수요 확대에 따른 가격 반등이라고 보기 어렵고 재고도 많아 지속성을 예단하기도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