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새내기주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하반기 IPO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신규 상장종목은 늘어나지만 기업은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공모주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지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에이에프더블류와 펌텍코리아, 아이스크림에듀, 세틀뱅크 등 4개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 보다 평균 26.8% 하락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디지털교육업체인 아이스크림에듀다. 아이스크림에듀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1만5900원)보다 37.8% 낮다. 상장 당일 공모가를 10%가량 밑도는 1만4350원에 거래를 시작한 아이스크림에듀는 주식시장에서 한 번도 이 가격을 넘어선 적이 없다.
화장품용 진공 용기 등을 생산하는 펌텍코리아도 공모가(19만원)를 22.2% 밑돌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상장일 공모가보다 낮은 17만1000원에 출발해 11%가량 하락하면서 장을 마쳤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최고가는 상장 당일 기록한 18만원이다.
세틀뱅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공모가(5만5000원) 대비 24.5% 하락한 4만1500원을 기록 중이고 에이에프더블류는 상장 당일 22% 정도 떨어진 것을 비롯해 줄곧 내림세를 타면서 공모가(2만2500원)를 22.7% 밑돌고 있다.
상반기 새내기주들이 잇따라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를 형성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만성 악재인 미·중 무역 분쟁으로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본 수출 규제 등이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2.33% 하락했다.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열기도 식어가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600대1에 달했던 420대1로 떨어졌다. 그나마도 1100대 1, 550대 1을 넘은 세틀뱅크와에이에프더블류 덕분에 선방한 결과다. 아이스크림에듀의 경쟁률은 6대1 정도에 불과했고 펌텍코리아는 미달됐다.
아이스크림에듀와 펌텍코리아는 공모가도 희망가격 범위 최하단에서 결정되거나 희망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확정됐다.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동시에 예상보다 적은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다음 달 중순까지만 해도 10개가 넘는 기업의 수요예측과 공모 일정이 몰려있어 이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투자자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 경쟁률이 부진하거나 공모가가 낮게 책정되는 기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모주는 분위기도 중요한데 지금은 좋지 않은 상태란 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