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주주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실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매수할 이유가 없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다산네트웍스 대주주와 경영진을 향해 날을 바짝 세웠다. 기업에 관한 부정적 의견을 가급적 피하거나 에둘러 표현하던 일반적인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다산네트웍스가 무분별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으로 기존 소액주주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영진이 현재와 같은 자금조달 태도를 지속한다면 기존 투자자가 얻을 게 없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B·BW 발행을 지속하는 것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라고도 비판했다.
사진/다산네트웍스
다산네트웍스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31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 연구원은 다산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이 최근 2년(7월15일 기준)간 2.5배 넘게 증가했는데 주가 상승률은 80%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CB 발행 등으로 주식 수가 크게 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뚜렷한 실적 개선에도 주가가 오를 일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BW 발행 공시를 낸 직후 주가 하락분까지 반영할 경우 시총은 2배 증가했고 주가는 40% 올랐다.
바이백(Buy Back)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남민우 회장과 다산인베스트를 합한 대주주 지분율은 25.4%로 2년 전 30%와 비교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실적의 구조적 악화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가장 비슷한 전례가 있다면 12년 전인 2007년 옛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동국산업 관련 보고서다. 당시 유상증자를 앞두고 대주주가 지분매각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과의 관계도 있지만 투자자 민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익명이 아니라면 강하게 비판하기가 어렵다"며 "통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더라도 가능한 담담한 표현을 찾는데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가 기업의 압력이나 투자자 항의 때문에 삭제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일부 증권사는 이런 이유로 애널리스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B 증권사 연구원은 "매도 의견 등 소신을 더 뚜렷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내는 등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분석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소신을 자유롭게 말하는 애널리스트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