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소니가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기존 제품 판매를 완료하는 한편 신제품은 출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던 데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코리아는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 라인업인 엑스페리아에 대한 설명을 없애고 사후 지원에 관한 안내만 남겼다. 소니가 직접 운영하는 스토어 홈페이지에서도 스마트폰 항목을 지웠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한 엑스페리아XZ3의 액세서리 일부만 남아있을 뿐이다.
모바일 제품이 사라진 소니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쳐
소니코리아의 결정은 최근 국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기존 한국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했고 한일관계 경색으로 인해 사업을 영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 모바일이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최근 한일관계와도 맞물려 스마트폰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니 모바일 부문은 지난 2009년 ‘소니 에릭슨’으로 진출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자사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자급제로 출시해왔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판매를 맡고 있는 국내 시장 특성상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어려웠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발표한 엑스페리아1 등의 신제품을 한국에서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본사에서 연 ‘코퍼레이트 스트래티지’ 행사에서 내년까지 모바일 사업 부문 영업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겠다며 한국을 비주력 지역 중 하나로 발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달초 대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할 가능성에 높아지면서다. 이런 국내 소비자의 반응을 감지한 듯 소니코리아는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이어폰 신제품 출시행사를 취소했다.
소니 한국 스마트폰 시장 철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소니가 국내 모바일 사업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에도 신제품 출시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국내 시장에서 TV 사업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기존에 판매 중이던 제품들이 판매 완료돼 홈페이지에서 내리게 됐다”면서 “추후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품 정보를 등록할 것이며 향후 출시 일정은 제품의 특성과 국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