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일본 정부가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은행권에 가해질 금융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전반적으로 엔화 자금 조달 비중이 적은 데다 미국 달러 등 대체할 수 있는 조달 채널도 다양해서다. 다만 수출규제 대상 확대로 수출입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은행권은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선제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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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일본계 외화 차입금액은 92억6000만 달러(약 10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외화차입금의 6.6%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 또한 국내 4개 은행을 합쳐 4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이 12억3000만달러(1371억엔·1조47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은 5억1142억달러(6142억원), 국민은행은 3억5600만달러(4275억원)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엔화 시장 조달금액이 전체 조달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일본에 대한 의존도 또한 낮다는 점에서 자금유출과 같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 등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제보복을 할 수는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은행에서도 대부분 엔화 기반이 아니라 달러나 유로화를 기반으로 자금 조달을 많이 하고 있어 신용경색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금조달을 위해) 굳이 일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요즘에는 포모사본드나 캥거루본드 등으로 조달통화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올해 발행된 사무라이본드(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의 비중 또한 KT와 대한항공, 한국석유공사 정도에 불과하며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1200억엔(1조2100억원)을, 산업은행이 500억엔(5000억원)을 발행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2010년(363억엔) 이후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지 않았으며, 일본 현지 법인인 SBJ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 또한 가장 최근에 발행한 사무라이본드가 2017년(263억엔·2604억원)이다. 신한은행의 엔화 시장 조달금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330억엔 수준이다.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역시 3월 말 현재 KEB하나은행이 136.65%·국민은행(110.72%)·우리은행(109.37%)·신한은행(106.74%) 순으로 규제비율(80%)을 상회한다.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에도 대응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다만 은행권은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수출기업의 피해와 금융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1일 창립기념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파급효과로 중소기업 금융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지원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또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은행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적지만,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현재 자금부 등에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