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첨단 반도체 기술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고 거래사와의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도쿄 시나가와 인터시티 홀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로드맵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19 재팬’을 개최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를 정조준하며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이번 행사에는 예년보다 많은 320여명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 2019 재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4회째를 맞은 포럼은 삼성전자가 매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를 돌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소개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유치하는 행사다. 올해는 지난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6월)과 한국(7월)에서 개최했으며 일본은 네 번째 개최지였다.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9825 등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만든 제품 라인업과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5나노 공정, 내년에 본격 가동하는 화성캠퍼스 EUV 전용 생산라인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설명했다. 도쿄에서 개최된 만큼 정 사장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난관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뜻을 명확하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 세계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고객사들과 투명하고 신뢰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고객사와의 관계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미세공정을 차질 없이 구현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글로벌 협력사들 앞에서 공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열린 자세로 고객사들과의 거래를 지속하며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는 위기가 오면 극복해 왔다”면서 “앞으로 어떤 위기가 와도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7월초부터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와 함께 EUV 필수소재인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며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지난 달 삼성전자가 신청한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 2건이 통과돼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퀄컴을 시작으로 IBM,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수주를 따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9.1%로 대만 TSMC(48.1%)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