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이하는 재계 총수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룹 실적 악화부터 재판 준비, 일본 수출규제까지 해결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특별한 일정이 없이 자택에서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그룹 총수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삼성 수뇌부들과 사업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선고 이후 묵묵히 경영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두 차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수출 허가와 고순도 불화수소 허가까지 얻어내며 한숨 돌렸지만 일본 정부가 대한국 규제 수위를 풀지 않으면서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일부 반도체 생산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를 투입해 이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지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임기 만료도 앞두고 있다. 오는 10일26일이 기한이다. 총수로서 각종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등기이사직을 연장하며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직 연임이 추진될 경우 일부 시민단체와 여론의 비판이 부담스러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본격적인 파기환송심 재판이 추석 이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재판에 대한 대응책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이 부회장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1부 배당됐지만 각 재판부의 사정 등을 고려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고민거리가 많다. 상반기 실적흐름이 좋다지만 당장 오는 11월 시행 예정인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법안을 6개월 유예한 상태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기아차는 관세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남아있다. 지난해에는 엘리엇의 압박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했으며 새로운 개편안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최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공정위의 처리 시급한 현안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꼽은 만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상반기 최우선 경영 실천과제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제시한 이후 이를 객관적 지표로 측정하는 체계 구축을 위한 그룹 차원의 준비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9 스마트 차이나 엑스포’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도 “사회적 가치 측정 및 계량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SK그룹의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 최소화에도 관심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 역시 한창 경영 보폭을 넓히는 시기라 하반기 경영 구상에 시간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해온 만큼 해당 재원으로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를 이은 대규모 투자전략이 나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약세인데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과잉공급으로 LG디스플레이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그룹의 실적개선을 위한 처방도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 한가위라 해도 총수들은 풍성하게 지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