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국정농단과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 공여)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신 명예회장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았다.
아울러 롯데그룹에서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씨 및 그의 딸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가 적용됐다. 이 밖에 부실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499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ATM 구매과정에서 재무 상황이 열악해진 롯데기공을 끼워 넣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가 있다.
1심은 뇌물공여를 유죄로 판단,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경영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부회장 급여 관련 횡령 혐의 등 나머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인정했다.
2심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 등의 압박에 못 이겨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서미경씨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도 추가로 무죄 판결이 났다.
검찰은 경영비리 사건을 상고했고, 신 회장 측은 국정농단 뇌물사건과 경여비리 가운데 매점 관련 배임 건을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신 명예회장 등 롯데 일가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씨 모녀에 대한 급여 지급과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관련 등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를 받은 신격호 명예회장은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신 명예회장은 그동안 건강 상태와 고령 등이 고려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으나, 대법 확정판결로 조만간 형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신 전 부회장과 서씨,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 등 롯데 전현직 임원들은 무죄가 확정됐다.
변호인 측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번 확정 판결로 신변 문제가 해결되면서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이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