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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가져올 것
입력 : 2019-10-24 오전 6: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드디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의 포토라인은 피했지만 법원의 포토라인은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사에는 여지없이 댓글이 달린다. "피의사실 공표 없앤다며 왜 포토라인 세우나"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도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말라." 
 
법조계에서는 피의사실 공표가 이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조 전 장관과 여권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다. 포토라인 관행을 없애고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는 한편 검찰에도 전문공보관을 도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아직 재판을 받지도 않은 피의자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다.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를 일종의 수사 수단으로 삼아 남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피의사실이 언론을 타고 나가더라도 관행적으로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다. 1970년대 초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익명의 제보자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수십 년 후 이 제보자는 마크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으로 드러났다. 이명박정부 때의 민간인 사찰 사건,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 댓글 사건 등도 피의사실 공표가 엄격하게 적용됐다면 아무도 알지 못했을 사실이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미국은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사항은 제외하고 피의자의 혐의와 수사·체포 기관, 조사 기간 등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언론 보도가 사건의 공정한 진행을 저해하거나 편견을 주게 될 수 있을 경우에만 모욕법을 적용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의 전면적인 금지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사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가 없다면 수사 기관 내부의 범죄 사건, 재벌과 정치인 등 권력층의 범죄 사건들이 묻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외부 권력이 수사에 개입하기도 훨씬 쉬워지고 공소사실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범죄를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이 두 가지 상충되는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보다 '구체적이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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