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용존산소 농도(DO)는 11㎎/ℓ, ph 8.8 정상, 탁도는 2.14 수온은 18.6도입니다현재 조류는 많지 않으며 수질 상태, 좋습니다."
지난 25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북한강 중류에 위치한 한강물환경연구소에서 생태학습선을 타고 팔당댐 인근에 도착했다. 즉석에서 물을 길어 올려 측정한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2PPM으로 '맑음' 상태다.
이달 중순 경기 광주시 남종면 팔당수질개선본부 선착장에서 팔당호 수질오염사고 종합 방제훈련에서 유출,유류물질 방제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경기도
팔당호는 남한강과 북한강 경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지점에 지난 1973년 팔당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경기도 광주시, 남양주시, 하남시, 양평균에 걸쳐 총 면적 2만5954㎢, 저수용량 2억4400만톤의 규모를 자랑한다. 본래 수력발전 용도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수도권 주민 2550만명이 매일 사용하는 물을 제공하는 상수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팔당호 상수원 내 족자도.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섬 전체에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생태선을 타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지나 서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족자섬'이 보인다. 발자국 모양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족자섬은 민물가마우지의 최대 서식처다. 본래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최근 몇 년전부터 이상기후로 먹이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족자섬에 자리 잡으며 텃새가 됐다. 문제는 수천마리가 집단서식하면서 강한 산성을 띠는 배설물이 나무와 토양을 뒤덮으며 섬 전체가 새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무 위에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듯 착시를 일으키지만 섬 전체가 산성화되고 있어 골칫거리가 됐다고 한다.
팔당호 연도별 수질 현황. 자료/환경부
그럼에도 아직까지 상수원으로써의 수질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강물환경연구소는 수심이 약 20m인 이곳에서 매주 1회 월요일마다 수질검사를 실시한다. 수심별로 다섯 개의 물을 뜨고, 조류에 따라 상중하로 나눠 채수한다. 비가 많이 와 조류가 있거나 수온이 높아질 경우, 다소 차이는 있지만 팔당호의 수질은 최근 10년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1~1.3ppm 사이에서 큰 변화없이 좋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와 한강물환경연구소는 BOD 1ppm을 목표 수질로 잡고 물관리에 힘쓰고 있다. BOD가 1ppm 이하일 경우 하천에서 ‘매우 좋음’ 수준으로 분류된다.
그 결과 팔당호 상수원에는 다양한 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겨울이면 40여 종의 철새들이 날아들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과거에는 여느 호수에서 볼수 있었지만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왕잠자리, 어른잠수잠자리를 비롯해 장구아비, 개아제비, 뭉땡땡이, 검정물방개, 말거머리 등의 생물이 서식한다. 대부분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다.
당초 아파트 부지였던 팔당호 상수원 보호구역에는 정부와 건설사, 지자체 주민들의 오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양수리환경생태공원'으로 조성됐다. 과거에는 식당, 호텔 등 생활하수를 배출하는 곳이 많아 오염이 우려됐었지만 이 부지에 조성된 생태공원을 통해 수질 향상 효과를 내고 있다.
한강유역환경과 한강물환경연구소는 물환경부담금을 조성해 수도권 시민들에게 더 좋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질 개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한 올해 예산은 4683억원으로 상류지역의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운영을 지원하거나 상수원 관리지역 토지 매수 및 생태복원에 사용된다.
유순주 한강물환경연구소 소장은"지난 10여년간 팔당호 및 그 주변지역의 환경보전 및 오염 저감과 관련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한강물환경연구소와 한강유역환경청, 팔당호에 접해 있는 각 지자체들의 상호 협조와 투철한 환경 보전 의지가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인구 증가, 기후변화, 외래생물종 침입 등으로 팔당호와 그 유역이 수질오염과 생태계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평=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