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1년을 넘어가면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으로 배상 책임을 지게될 기업은 10곳이 넘어간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은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최용호 판사는 19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인 김모씨 등 5명이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최 판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일로 지정한 다음달 3일까지 일본제철의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제철 측은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예정대로 선고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선고기일까지 일본제철 측 회신이 없으면 다시 변론기일을 잡고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한 겨레하나 회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D-TOWER(디타워)점 앞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은 지난 4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열렸지만 좀처럼 진전은 없었다. 피고 측인 일본제철에서 출석하지 않을뿐더러 소장 접수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소송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일본기업 측 답변이 올 때까지 재판진행을 멈추고 1~2년 정도 후에 공시송달 형식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소송의 변호인인 전범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국제소송이라 소장과 번역본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본 사법부로 간다"면서 "일본제철로 송달돼야 하는데 일본제철이 이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제철이 소장을 받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수 없기 떄문에 일부러 받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베규탄 시민행동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무시하는 지소미아 야합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해 11월 강제징용·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총 약 5억 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로 이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져 어느새 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일본 기업은 1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피해자들은 강제동원을 증명할 수 있는 편지와 진술 등으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은 무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배상 이행에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피해자 보상 방안에 우려를 표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