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2라운드가 조만간 열린다. 방통위는 1심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준 만큼 2심에서는 '페이스북이 고의로 속도를 저하시켜 이용자 불편을 야기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이승영)는 오는 26일 오후 2시30분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월6일 방통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측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지난 10월25일 항소이유서 제출을 마쳤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26일 열린다. 사진은 미국 페이스북 사옥. 사진/AP뉴시스
이번 소송은 2016~2017년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는 중에 정당한 사유나 사전협의 없이 갑자기 이들 이동통신사의 이용자 접속경로를 미국·홍콩 등 해외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가 크게 떨어지며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접속 속도 고의 지연이 페이스북이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행위로 판단했다. 이어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1년3개월 동안 여섯 차례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26일 열린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방통위 앞. 사진/뉴시스
1심은 페이스북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지난 8월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고 고의성도 없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음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용자의 불편 등 부작용을 알면서도 페이스북이 일부러 속도를 저하시킨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고의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2심에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에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재판에 관한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을 입증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그 배경에 국내 이통사와 해외 콘텐츠사업자 사이의 망사용료 협상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방통위가 승소할 경우 이통사는 물론 콘텐츠사업자도 트래픽 관리의 책임이 있다는 판례가 나온 것으로서 해외 사업자들도 원활한 통신망 작동을 위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26일 열린다. 사진은 서울시 서울고등법원 앞.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