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 정비에 분주하다. 시범 적용 중인 신용점수제가 내년 정식 전환을 앞두고 있어 시스템 개편을 통해 평점체계 분류 과정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다. 고객 신용도가 점수로 확인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승인 및 기한연장 심사, 금리결정 등에서 보다 유연하고 세분화된 접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신용리스크 적합성 검증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공고를 내고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사업자 선정을 마치면 안정화 기간을 포함해 약 4개월 간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내년 중순부터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을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소매 신용평점모형 검증기능 신설 △소매 Pool PD 검증기능 개선 △소매 LGD 검증기능 개선 및 기초데이터 검증기능 신설 △소매 CCF 검증기능 개선 및 기초데이터 검증기능 신설 등 4개 항목에 대해 고도화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평점제도에 따라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평가 모형을 개편하는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1~10등급의 신용등급제가 등급 간 대출 문턱을 만든다고 판단해 올 1월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부터 신용점수제를 적용해 운영 중이다. 점수제(1~1000점)는 신용평가사(CB)가 신용점수만 제공하고 금융회사는 이를 토대로 리스크 전략 등을 감안해 자체적인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국은 통상 6등급까지만 제도권에서 대출이 가능해 이와 신용도가 유사한 7등급 초반의 고객들도 점수제를 통해 불이익이 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지난 9월 신용등급 점수제 전환 전담팀을 꾸려 내년도 중순께부터는 전 금융권에 점수제 확대 도입을 예고했다. 해당 시스템이 정착되면 약 240만명의 금융소비자들이 연 1%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평점모형 고도화에 나선 이유다.
신한은행은 준비를 마쳤다. 내년 정식 도입에 문제없이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농협은행 등도 내부적으로 이미 해당 시스템의 구축을 마친 상태라고 알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소매 신용평가시스템 개선 프로젝트' 공고를 내고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점수제 적용에 따른 효용을 반신반의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존 은행들은 CB사로부터 제공 받는 신용등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데이터를 적용해 최종 등급을 산출해왔다. 가령 카드사에서 연체한 기록이 있는 고객은 은행 대출시 등급에 더해 해당 내용이 금리 산출에 반영되는 형태다. 점수제로 바뀐다고 해서 기존에 운영하던 평가와 크게 달라질 점이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금리인하 요구권 등 고객이 자신의 신용등급을 금융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커졌다. 대출 문턱에 걸친 고객들의 대응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CB사에서 주는 신용정보를 각 은행의 자체 산출법을 통해 진행해 온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자신의 신용도에 맞는 금리 찾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적용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개인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