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플랫폼 경쟁에 따라 산업 간 합종연횡이 확대되면서 같은 업종끼리도 연합하겠다는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상품 차별성 저하와 오픈뱅킹·핀테크사 진출 등의 경쟁사 확대에 은행들은 지금까지 누려 온 경쟁우위를 잃을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ICT사·통신사·유통사 등 이종 간 협업망을 확대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개방이 곧 생존이란 생각으로 보다 전향적 관점의 디지털 전략을 고민 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동종·이종에 관계없는 산업 결합을 통한 서비스 차별화와 플랫폼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영역과 경계선이 불분명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플랫폼 점유 우위를 위해서는 경쟁사와의 연합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면 인터넷은행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면서 "은행 간 장점들이 서로 다른 만큼 핀테크든 누구든 빨리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협업을 진행을 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은행들이 직접 경쟁사인 다른 은행과 협업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단순 디지털 전환을 벗어나 플랫폼 경쟁으로 전환되자 영역 구분이 없는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은행업은 지급결제망과 데이터 접근(오픈뱅킹)에 대한 공개와 소규모 은행업(스몰 라이선스) 추진 등 당국의 금융혁신 기조에 따라 진입장벽이 계속해 낮아질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금융서비스를 끊임없이 제공하기보다 이들을 수용하는 것이 옳은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혁신금융서비스인 '리브M(Liiv M)'을 내달 18일 정식 오픈한다. LG유플러스와의 협업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에 진출해 통신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고객 편의로 돌리고 충성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100만명 가입자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신한은행은 네이버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4일 업무협약을 맺고 AI(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강화와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키로 했다. 네이버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해 은행 문서 처리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고 안면 인식 등 신기술 금융서비스 도입에 나선다. 또 네이버 서비스를 융합해 금융 솔루션을 개발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진행하는 SK텔레콤과의 '2020 오픈뱅킹 프로젝트'에 나섰다. 양사의 합작사인 핀크까지 가세해 오픈뱅킹 플랫폼 기반으로 통신과 금융, 핀테크 서비스를 혼합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우리은행은 데이터 기반의 돈 관리 서비스인 뱅크샐러드와 오픈 API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뱅크샐러드의 '대출상품 비교추천'에 자사 소액대출상품인 '우리비상금대출'을 제공하는 등 핀테크와의 제휴를 확대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업권 내부에서는 시장 변화에 따라 은행의 전업주의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유튜브가 강력한 지상파 대항마로 다가왔듯 시장변화가 관측이 되는 상황에서 늦거나 도태된다면 기존 사업자들이 가진 지위도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판단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MVNO '리브엠(Liiv M)' 출시 행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 두번째부터)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서비스 시연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