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0.1% 수준의 초저금리 예금인 저원가성 예금을 1년새 40조원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12일 각 은행들의 계수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요구불 예금, MMDA 포함) 잔액은 410조1054억원으로 1년 사이 8.1%(39조8041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6월까지는 등락을 반복하며 지난해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7월 이후에만 36조3837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의 지난해말 저원가성 예금 잔액이 1년간 11조6871억원 증가해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였다. 우리은행 10조1668억원, 신한은행 9조115억원, KEB하나은행 8조9387억원이 각각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은 수익성을 얻는 핵심 예금으로 분류되나, 유동성이 큰 단점이 있다"면서 "오픈뱅킹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 유치 확대는 저금리에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이 차이가 클수록 은행들의 수익률은 높아져 기준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준금리 하락이 발생하면 대출금리도 함께 줄어 은행들은 수익이 떨어지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19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리고 10월에도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떨어진 상태다. 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급등하는 지난 7월부터 부쩍 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급여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 상품 출시를 늘리거나 이벤트를 확대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기존 급여통장의 개념을 확장해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하고 포인트를 지급하는 'My 급여클럽'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직장인우대종합통장을 통해 △환전 수수료 30% 우대 △급여이체 실적 보유 시 외화 환전·외환 송금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첫급여 우리통장'을 출시했다. 매달 급여를 해당 통장으로 받기만 하면 다른 조건 없이 수수료 무제한 면제, 신용대출 금리 우대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토스와의 제휴로 20대 젊은 고객층의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 영업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