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몇몇 악재를 떠안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임원 인사 단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이은 사모펀드 논란에 부행장 인사를 2월말까지 미뤘고, 기업은행은 노조의 행장 출근 저지 투쟁에 부행장 인사권 행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경영전략 수립을 마친 우리은행과 대행체제로 대응한다는 기업은행의 경영 청사진 구축에 다소 차질이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과 부행장보 등 임원 임기를 내달 29일까지 한시적 유임했다. 임원 22명 중 리스크관리 담당만을 이종인 부행장에서 전상욱 상무로 교체했고 나머지 21명 임원들은 일단 자리를 지키게 했다.
우리은행 인사는 통상 임원 인사를 시작으로 본부장, 지점장, 직원 등 직급 순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임원 인사는 지난달 13일로 예상됐으나 진행되지 않고, 사흘 뒤인 12월15일 본부장 인사가 먼저 단행돼 순서가 역전됐다.
우리은행의 부행장 인사 연기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사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직을 올해 12월까지 겸직토록 돼 있다. DLF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단 판단에 지난달 30일 해당 체제를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은행 임원 인사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최고경영진 징계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통보한 DLF 제재심의위원회 사전 통지문에는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가 적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달 16일과 30일 두 차례 DLF 제재심이 예고되고 있어 이사회는 경영진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0일 경영전략 회의를 진행했고, 이미 올해 경영계획이 수립을 마쳤기에 임원 인사에 따른 경영 차질 발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께 인사를 진행했으나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출근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진행 중이다. 이날은 본사가 아닌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 임원들이 참석하는 '경영현안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연초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 부행장급 이상 임원은 5명이다. 임상현 전무이사(수석부행장)를 비롯해 오혁수 글로벌자금시장그룹, 배용덕 개인고객그룹장, 김창호 소비자브랜드그룹장 등 4명의 부행장들이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최현숙 여신운영그룹 부행장 임기는 내달 20일 끝난다. 기업은행은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면 새 부행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대행체제로 운영한다.
기업은행의 8개 계열사 중 4개 계열사 대표 임기도 이미 마쳤거나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는 지난달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한시적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임기는 내달 20일까지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임원들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지만 많은 사람을 두루 만나지보지 못 한 상황에서 인사를 단행키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결정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은행장 리스크에 따른 임원 인사 단행이 더뎌지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 사진).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