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상품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는 가운데,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그간의 자율규제 노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이한 상품들에 대한 일괄 규제로 오히려 규제 수준은 낮아지고, 소비자 피해 가중과 함께 해외 사업자와의 비대칭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함께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규제보다 업계의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정위는 최근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황성기 GSOK 의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게임콘텐츠를 포함한 ICT산업은 제도의 경직성이 높은 정부규제가 적용되기 어렵다"며 "국가 주도의 '딱딱한 법(hard law)'이 아닌 사업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말랑말랑한 법(soft law)'으로 규제 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발전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 출현이 빈번해, 이에 대응하고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가 효과적이란 취지다.
황 의장은 "현재 공정위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 강령과 시행세칙 등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추진한 다양한 노력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법적인 규제 기준만 충족하고 이를 우회하는 여러 방법들로 인해 규제 수준도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안창현 기자
규제 비대칭성 문제도 지적됐다. 인터넷 서비스 규제는 역외 적용에 분명한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황 의장은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분야에서 국내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서비스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사법 관할권이 제한돼 실제 법률 집행이 힘들다"며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사업자와 비교해 경영상 제약을 받는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고시 개정안에 대해 "현물형 상품과 비현물형 상품 등 서로 상이한 확률형 상품들에 대해 각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은 현물형 랜덤박스 등과 달리 게임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일정한 구성비율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이용자-정부-산업계의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부처와 업계, 자율기구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하고 합의점을 찾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향후 공정위에 △자율규제 기반 와해 △이용자 혼란 가중 △법적규제 밖의 행위를 조장하는 부작용 발생 △입법 시 해외 게임물의 확률값 확인 불가 △국내업체 부담 가중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