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을 고도화해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아시아 시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기업 경영의 목표와 시스템을 주주에서 이해관계자로 바꾸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만이 아니라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정부 등의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22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 마련된 SK라운지를 방문, 사회적가치와 관련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은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듯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성과를 키워가야 한다"며 "특히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측정기법을 확보해야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문제 개선과 참여를 유도하자고 제안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후 7년간 SK가 시도한 다양한 방법과 성과, 시사점을 소개했다.
SK는 인센티브 지급을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자체 측정 방법을 개발했고 2014년 사회적 기업, 2018년부터는 SK 관계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왔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측정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 4대 회계법인, 글로벌 기업들과 비영리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구성해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적성과인센티브(SPC)도 시행 중이다. 시행 결과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증가 속도는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20% 정도 빨랐다.
SK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도입하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등 기업 경영의 본질적 변화도 시도 중이다.
최 회장은 "SK 구성원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가치 추구에 공감하고 동참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의 범위와 크기가 확장되는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난제도 많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낳은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측정에 대한 동참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고객 개개인이 중시하는 사회문제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투자자도 투자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정교하게 측정, 평가하는 방식으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에 공식 패널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보스포럼 측은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경영자로 최 회장을 초청했다.
이번 세션에는 양극화와 불평등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아시아 금융 전문가 로라 차 홍콩 증권거래소 회장, 환경문제 개선에 앞장서 온 코쿠부 후미야 마루베니 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SK는 오는 24일까지 시내에 SK 라운지를 만들어 그동안 추구해 온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을 전시한다. SK가 다보스에서 별도의 홍보 라운지를 개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