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구광모 LG회장이 재벌 3·4세 중 가장 믿음직한 기업인 자리를 유지했다. 구 회장은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뒤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격식을 지양하고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3일 발표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 따르면 구 회장은 '주요 그룹 3·4세대 중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기업인' 조사에서 21.64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조사가 시작된 후 14차례 모두 1위다.
취임식 없이 총수를 맡으면서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고 했던 것처럼 탈권위적이고 실용을 중시하는 행보가 계속되면서 좋은 평가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시무식에서도 구 회장의 실용주의는 유감없이 드러났다. 구 회장은 신년사 영상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신년회를 대신했다. 신년사는 거창함 대신 '고객과 실천'이란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채웠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직 개편과 인재 영입, 미래 먹거리를 두고 경쟁 업체와의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1.41)은 2위 자리를 지켰다. 구 회장과의 격차는 0.2점으로 좁혔다.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의 점수 차는 1분기 4.1에서 2분기 3.1, 3분기 1.7 등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2.45)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12.24)을 근소한 차이로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이전 조사에서는 정 부회장이 4위, 정 수석부회장이 3위였다.
두산그룹의 4세대 경영시대를 연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 조사까지 7~8위에 머물렀다가 이번에 5위로 올라섰다.
조원태 한진 회장(2.51)은 최하위에 자리했다. 조 회장은 3·4세 신뢰도 조사가 시작된 후 14번 모두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불거진 이른바 '남매의 난'과 '모자의 난' 등의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2.56)과 조현준 효성 회장(3.40)은 조 회장 다음으로 낮은 자리에 위치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과 주요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