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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본 대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입력 : 2020-02-07 오전 10:04:41
우리나라 대학들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건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어려움을 겪던 대학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기 상황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2021학년도 대입 진학 희망자 수는 약 53만명, 대입 모집인원은 약 55만명으로 진학 학생 수가 모집인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인구 감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일본의 대학들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잃어버린 20년'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일본 대학은 긴축 경영을 시작했다 한다. 대학들은 신규 교수 임용을 하지 않고, 대학원생들은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임용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뛰어난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게 됐으며 대학들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뚜렷해졌다. 생존 전략이 필요해진 일본의 대학들은 외국 학생 유치를 통해 세계화를 추구하는 방안을 택했다. 세계 전체 인구는 증가 중이고 평균 교육수준도 올라가는 추세이기에 합리적인 전략이었으나 문제는 실행이었다. 교원의 대부분이 국내 박사였던 일본 대학들은 영어 강의 제공이 쉽지 않아 외국 학생 유치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일본 대학들은 외국인 교수들을 임용해 국제화를 진행했다. 이제는 일본의 주요 대학마다 수천 명의 외국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대학들에도 중국 유학생들을 비롯한 외국 학생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국제화 이외에 큰 변화로는 일본 주요 대학들 중심으로 대학 기반의 벤처캐피털(VC)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제정된 '산업경쟁력강화법'을 기반으로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등 대학들에게 1조원 이상의 규모로 대학 기반 VC 설립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물론 우리나라 대학들도 창업선도대학과 같은 창업 관련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고 헤커톤이나 창업경진대회와 같은 학부생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대학 기반 VC 제도는 교수 및 연구실 창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 양적인 측면에서 빠른 성장과 함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몇년 전, 도쿄대 중국인 유학생이 창업한 PopIn은 바이두에 약 3000억 원에 매각됐으며 세계재난로봇대회(DARPA)에서 1위를 한 도쿄대 로봇공학회사인 ‘샤프트’는 구글에 인수되기도 했다. 작년 기준으로 도쿄대의 투자를 받아 창업한 벤처기업은 모두 300개 이상이고, 이중 10개 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그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에 달한다. 한편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창업한 기업은 30곳에 불과하고 상장된 기업도 없다.
 
일본은 스타트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J-스타트업'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콘 스타트업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 수도 많고 대학과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도 잘 이뤄진다. 일본 대학 기반 VC들은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도쿄대에 설립된 UTEC는 5000억 원 이상을 운용해 약 9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반면에 서울대는 현행법상 비영리 기관으로 분류돼 한 해 발생한 수익을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없는 등 대학 스타트업에 많은 규제가 있다. 일본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국가전략 관점에서 신산업 스타트업에 한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 검토 기간 중에는 규제 준수 의무가 면제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유니콘 기업 숫자가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면서 유니콘 기업을 20개 까지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니콘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메시지라 할 수 있다. 특히 대다수의 국내 유니콘들이 모태자펀드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는 점에서 중기부의 재정투입과 모태펀드 출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큰 기대가 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대학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가 수립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교육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자율적인 운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대학 기반의 VC 제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교수, 실험실 창업에 대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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