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일부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줄줄이 내릴 조짐이다. 규제를 대비한 예수금 확보(신예대율)와 수익성 악화 우려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했던 은행들이 결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은행 등은 지난 10일부터 일부 거치식 예금에 0.04~0.30%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거치식 예금이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년 등 일정 기간 돈을 은행에 맡겨 놓고 찾지 않는 예금으로 정기예금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국민은행은 'KB국민UP정기예금'과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에 대해 0.10~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KB국민UP정기예금 경우 1개월 거치시 1.35% 금리를 제공하는 것에서 1.10%로 0.25%포인트 낮아지는 등 기간에 따라 0.20~0.25%포인트 수준으로 낮췄다.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금리는 0.1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WON 예금', '우리 SUPER주거래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WON 예금은 거치 기간에 따라 0.04~0.08%포인트, 우리 SUPER주거래 예금은 0.30%포인트 금리를 낮췄다.
신한은행 측은 내부적으로 예·적금 금리 조정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렸다. 하나은행 측은 아직까지 검토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가계·부동산에서 은행 자금을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적용하면서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은 예수금 확보에 힘써 왔다. 이미 집행된 대출금을 줄일 수 없으니 예·적금을 늘려 규제에 대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은 예금금리 인하를 미뤄왔다. 우리은행은 연초 0.03~0.10%포인트 일부 예금 상품에 대해 금리 인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준치인 100%를 웃돌거나 맴돌던 은행들의 신예대율 비율도 일제히 낮아졌다. 각사 2019년 경영실적 발표에 따르면 12월말 기준 신예대율은 국민은행이 98.7%, 신한은행 98.74%,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98%, 97.9%로 기준치 이하를 충족했다.
그러나 저금리 추세에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은행들은 계속해 같은 수준의 수신금리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평균은 1.4625%로 전년대비 0.1325%포인트 감소했다. NIM은 은행들이 이자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제한 나머지를 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은행 자산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만큼 작은 비율이 떨어지더라도 이에 따른 손실액은 크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실제로 최근 각 금융지주는 실적발표 컨서펀스 콜을 통해 올해 부정적인 NIM 전망을 밝힌 바 있다. 먼저 은행들은 이르면 상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어 추가 NIM 하락을 대비 중이다.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수익성 하락도 있다. 지난해 실시한 안심전환대출은 올 3월께 심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가 마무리 되면 은행들이 보유한 대출 자산이 유동화 되면서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NIM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규제(신예대율)에 대비해 기존 예대금리를 끌고 온 경향이 있다"면서 "상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의 은행 ATM 부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