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속된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자동차 판매 위축 등으로 기본적인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경쟁 심화를 이겨내기 위한 고품질 타이어 공급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가 다시 경쟁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7조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기록한 7.9%보다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테크노돔.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와 프리미엄 신차용 타이어 공급, 상품 경쟁력 강화로 목표를 이루겠다는 게 한국타이어의 생각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승용차 타이어 중 17인치 이상 고인치 매출 비중이 55.4%로 전년보다 3.1%포인트 상승했고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8', 'SQ8 TDI'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한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아마존 웹서비스(AWS)와의 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가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증가 목표는 3% 이상의 판매 증가와 1.3%의 단가 상승을 가정한 것인데 미쉐린 등 메이저업체의 타이어 판매 감소 전망,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 판매 위축을 생각하면 단가를 높이면서 판매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타이어의 판매량이 시장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지만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인치 중심의 판매 확대 전략도 수년째 지속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30억원을 정점으로 2017~2018년 7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5429억원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6.7%에서 8% 밑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자동차 판매 부진, 타이어 내구성 향상에 따른 수요 감소, 타이어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의 악조건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이 급반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타이어 업계는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한 저가 타이어 급증과 경쟁 심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품 경쟁력 강화에 따른 내구성 강화로 길어진 사용 기간이 다시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 중"이라며 "사용 기간이 짧고 판매단가가 높은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기업가치가 구조적으로 높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