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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게임 내 확률형 상품 정보 공개만이 답일까
입력 : 2020-03-05 오전 8:00:00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획득률을 표시하는 규제를 강제할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몇년 간, 게임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해 게임 구매화면 등에 확률을 공개하는 노력을 해왔는데, 정부가 나서서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할까.
 
확률형 아이템이란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 형식의 아이템을 뜻한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운이 좋은 사용자는 빠른 시간 내에 좋은 아이템을 확보해 순식간에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이전의 아이템 구매에 돈을 많이 쓰는 사용자들이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Pay to win)하게 하지는 않게 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재미를 높인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자가 열어보기 전에는 어떤 상품을 공급받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보비대칭이 심한 상품이다. 즉 게임회사가 사용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경우 게임회사가 악의적으로 확률을 조작해도 사용자들이 알 수 없어 피해를 볼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 시 게임회사가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올 수 있는 상품의 종류와 확률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중고차 시장과 같다. 중고차시장에서 판매자는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다 갖고 있는데 비해 구매자는 정보가 없다. 예를 들어 중고차가 예전에 몇 번 사고가 있었는지, 어떻게 관리했는지, 차에 문제는 없는지 등…. 보통 이런 경우, 구매자는 판매자를 믿지 못해 가격을 더 깎으려 하고 좋은 차를 가진 판매자는 중고차 시장에 나오지 않게 돼 레몬, 즉 겉만 번지르르한 중고차만 시장에 가득하게 되는 역선택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제조사가 인증을 하거나 보험사를 통해 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시작해, 2017년 게임이용자보호센터에 설치된 자율규제평가위원회를 통해 정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율규제를 확대했으며,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통해 강화된 자율규제로 발전시켜 왔다. 현재의 자율규제는 모든 게임물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개별 확률 공개 방식으로 하고 있고 확률공개 위치는 게임 내 구매화면 등에 사전 공지하도록 했다. 몇년 간의 노력을 통해 자율규제 준수율은 약 80% 수준으로 확률 공개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제 공정위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는 순간, 자율규제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게임업체는 법적인 규제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는 무시될 가능성이 높아 규제 수준도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아왔던 해외 게임사들은 법적인 규제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국내 게임업체들만 규제를 받게 되는 역차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십수 년 전, 국내 동영상 서비스 회사들에게는 많은 규제가 있었으나 유튜브를 비릇한 해외 서비스는 법률 적용이 어려워 규제를 피해 규제가 해외 업체를 성장시키는 불공정 규제가 됐는데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 예측된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왔다. 월정액, 부분 유료화를 거쳐 확률형 아이템 사업모델로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수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두는 게임회사가 여럿 나왔다. 특히,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상품을 제공해 이용자 저변을 충분히 확보하고 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은 후 유료의 추가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얻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게임 분야에서 처음 만들어진 부분유료화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는 유투브, 링크드인, 드랍박스, 스포티파이, 에버노트 등과 같은 많은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게임업계의 핵심 사업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정책의 도입 이전에 무엇보다도 법적 규제가 사업모델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충분한 연구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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