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기아차가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로 1분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 달 가까이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난달 공장별로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 가동을 중단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뉴시스
중국에서 부품이 들어오면서 하순부터는 모든 공장의 생산을 재개했지만 가동률을 평소만큼 완전히 끌어올리지 못했고 협력사와 울산 공장 근무자 중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을 다시 멈추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달에 각각 8만대, 4만대의 생산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간을 1분기로 확장하면 피해 규모는 현대차가 12만대, 기아차는 9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의 가동중단 일수와 시간당 생산량 하락,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추후 휴업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3주 정도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을 근거로 나온 수치다. 한 달 가까이 공장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고 판매와 특근으로 생산 차질을 3분의 1 정도 만회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평균 판매 가격을 적용했을 때 현대차는 3조6000억원, 기아차는 2조3000억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있다"며 "영업이익은 각각 2400억원, 12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를 합산한 1분기 매출액 예상치 39조원, 영업이익 전망 1조6500억원보다 각각 15%, 22%가량 적은 실적을 낼 것이란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기아차를 합친 영업이익 감소액이 3960억원으로 시장 예상의 2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히 확산한 지난달 20일 이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평균 내수 판매가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달 중순까지는 지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대면 접촉이 필요한 자동차 판매 특성을 고려하면 1분기 개소세 인하 효과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특근 등으로 생산 차질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2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쏘렌토 하이브리드 이슈에 따른 실적 차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아차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사전 계약을 하루 만에 중단했고 보상안을 마련 중이다. 보상 규모는 적게는 170억원에서 많게는 28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일회성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친환경차 혜택을 미적용과 중고차 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판매량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 계약에서 전체 모델 중 하이브리드가 차지한 비중은 60%를 넘었다. 쏘렌토에 대한 수요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